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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비닐봉지·비닐롤백·포장 플라스틱…“장을 봤더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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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플라스틱 전쟁ⓐ] 확산하는 플라스틱 어택

“포장지가 너무 많네요.”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이모(55)씨는 포장 대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정리하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과일, 채소, 생활용품, 과자 등 6만원 가량을 구입했다는 이씨는 물건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포장된 비닐봉지들을 쓰레기통에 담았다. 마트 포장 대에 놓인 쓰레기통은 고객이 버린 비닐봉지, 포장 플라스틱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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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 비치된 비닐 롤백. 안승진 기자


마트 내 채소, 과일을 파는 진열대마다 비닐롤백이 놓여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비닐봉지를 담기 좋게 접어 한쪽에 꽂아놓았다. 채소를 그대로 담아 장바구니에 넣어가는 고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채소 코너의 직원은 “비닐봉지에 가격표를 붙여 어쩔 수 없다”며 “어떤 고객들은 비닐봉지를 여분으로 몇 개씩 뜯어간다”고 말했다. 과일 상당수도 페트 재질로 된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놓여 있었다.

과자 등 간식코너에는 ‘1+1’을 위해 랩이나 폴리프로필렌(PP) 비닐봉지로 묶여 나온 상품이 많았다. 폴리프로필렌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따로 소각하거나 재활용을 하지 않을 시 분해하는데 수백년이 걸린다. 일부 과자 비닐 속에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스티렌(PS)으로 된 상자까지 담겨 포장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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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포장재. 안승진 기자


◆영국 케인샴에서 시작한 플라스틱 근절 캠페인 ‘플라스틱 어택!’

늘어나는 대형 마트의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에 이를 근절하자는 환경단체의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남부 소도시인 케인샴 주민 50명이 처음 시작한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캠페인은 마트에서 산 물건에 싸인 불필요한 포장재를 그 자리에 버리고 가는 식으로 이뤄진다. 비닐, 플라스틱 박스 등 물건의 품질보존과 무관한 과대포장을 근절하자는 의미다.

캠페인 내용을 담은 영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17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퍼지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슬로바키아 등 40개국에도 플라스틱 어택이 이어졌다. 플라스틱 어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각국에서 펼쳐지는 캠페인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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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은 3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 앞에서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을 진행했다. 남정탁 기자


◆국내에서도 환경단체 중심으로 본격화

이달 초 서울에서도 플라스틱 어택이 이어졌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를 찾아 구입한 물건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따로 카트에 적재해 마트의 과대포장 관행을 지적했다.

‘세계 일회용 비닐 안 쓰는 날’이었던 지난 3일에도 자원순환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용산구 대형마트 앞에 모여 과대포장과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1회용 비닐봉지 쓰지 않기”, “과대포장 근절”, “장바구니 들기” 등을 외치며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 근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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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비닐봉지에 담긴 당근. 출처=녹색연합


◆ 대형마트 5개사 “비닐 포장 줄이겠다”

정부도 지난 재활용 대란 이후 비닐·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대책에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 4월 대형마트 5개사와 비닐·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어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을 독려했다.

이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각 식료품 주변에 놓인 대형 비닐 롤백을 줄이고 소형 롤백을 늘리는 식으로 비닐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며 비닐 롤백 사용량을 50%까지 감축해나갈 예정이다. 또 1+1 등 행사상품에서 발생하는 비닐포장을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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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펠베르트의 한 유기농 매장. 출처=윤혜림씨 블로그


◆플라스틱 포장재 근절한 슈퍼마켓도 등장

해외에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근절한 슈퍼마켓들도 등장하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독일의 슈퍼마켓 오리지널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는 포장재 없는 날것 그대로의 식품을 판매한다. 소비자가 직접 장바구니를 가져와 포장되지 않은 식품을 사가야 한다. 영국의 슈퍼마켓 언패키지드(Unpackaged)도 유기농 제품을 포장 없이 판매하고 있고 ‘벌크마켓’역시 300가지의 식품을 포장지 없이 판매한다.

지난 3월 오픈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슈퍼마켓 ‘에코프라자’는 육류, 채소, 과일, 쌀, 과자 등 비닐포장지를 사용하지 않은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비닐봉지대신 친환경 원료를 써 자연분해가 가능한 포장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서울 성수동에도 포장재 없는 슈퍼마켓이 등장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며 생긴 더 피커는 자체 식당과 함께 비닐봉지나 포장용지 없는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다. 각자 식료품을 구입해 무게를 달아 장바구니에 가져가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이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더라도 재활용을 통해 해결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올해 초 재활용 대란으로 인해 플라스틱의 환경파괴 문제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높아졌다”며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 기준 4억t 정도로 늘었는데 이런 추세로 가면 환경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소비자가 마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소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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