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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단독]성추행·몰카·성매매 해도 공무원은 '경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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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공무원징계사례집'으로 본 실제 징계 사례...문재인 정부 '성범죄 처벌 강화' 헛구호 우려

아시아경제

성매매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정부가 공무원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성희롱ㆍ성추행ㆍ불법 성매매 등을 해도 대부분 가벼운 징계에 그치고 있다.

5일 인사혁신처가 발행한 '공무원 징계 사례집'을 보면 이같은 '솜방망이' 징계의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은 공무원 징계제도에 대한 안내와 비위 유형별 징계 사례를 수록한 것으로, 사실상 일선에선 비위 공무원들에 대한 양형 기준으로 통한다. 문제는 성범죄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대부분 경징계에 그친다는 것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공무원 A씨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옆좌석의 20대 여성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가 성추행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벌금 200만원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음에도 감봉 1개월의 징계에 그쳤다. 징계위원들은 A씨가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우수공무원으로 선발된 공적이 있으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로 이같은 경징계를 줬다.

요즘 사회적으로 물의가 큰 몰래카메라를 찍은 공무원들도 경징계를 받고 있다. 공무원 B씨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는 등 총 77회의 '몰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보호관찰소 선도 위탁 조건부' 기소 유예)를 받았지만 A씨와 같은 사유로 감경 사유를 인정받아 감봉 2개월의 징계만 받고 말았다.

불법 성매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C씨는 마사지업소에서 신용카드로 10만원을 주고 여자 종업원과 성관계를 갖던 중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공무원의 신분도 밝히지 않고 있다가 명예퇴직 심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이 통보돼 불법 성매매 사실이 들통났다. 그럼에도 C씨에게 내려진 조치는 명퇴 대상 제외 및 경징계에 불과했다.

배우자ㆍ자식을 폭행하고 재물을 때려 부순 경우도 경징계 대상이다. 공무원 D씨는 자택에서 처와 딸을 폭행했고, 처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앉자 복도 유리창을 때려 부쉈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역시 감봉 1개월의 경징계였다.

직원을 성희롱해도 감봉 1~2개월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부하직원에게 한밤 중에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회식 자리 술시중ㆍ노래방에서 신체 접촉을 한 공무원 E씨는 감봉 1개월의 징계에 그쳤다. 옆구리살이 보인다고 여직원의 상의를 당겨 올려 수치심을 준 공무원 F씨도 경징계만 받고 말았다. 공무원 G씨는 외국어 개인 교습을 해주는 부하직원의 손을 잡고 포옹하려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지만 감봉 2개월의 징계만 받았다.

다만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후에 상대방을 무고로 고소하는 등 잘못이 중복된 경우에 대해선 중징계가 내려지고 있다. 실제 공무원 H씨는 아파트 계단에서 부하 직원의 어깨를 붙잡고 강제 키스를 하려다 실패한 후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음에도 부하 직원을 무고하는가 하면 또 다른 부하 직원의 성희롱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그는 해임 처분을 당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과거 징계 사례들은 당시의 징계 양형 기준에다 개별적 사안들의 특성과 상황을 감안해 징계위원들이 판단한 결과"라며 "처벌 강화로 인해 징계 기준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범죄에 대해 해임이나 강등 등 더 강한 징계 조치들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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