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과 대립각 기사당 출신 제호퍼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의 기민당 당사에서 열린 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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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을 놓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 온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 겸 기독사회당(CSU) 대표가 장관직과 대표직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EU) 14개국과 합의한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연정 붕괴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제호퍼 장관이 이날 당 간부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최근 EU 정상회의에서 도출한 합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사임 의사를 꺼냈다고 보도했다. 제호퍼 장관은 전날 메르켈 총리와 만났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EU 14개국과 다른 나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이 독일에 다시 망명을 신청할 경우 이들을 신속하게 송환하는 내용의 합의를 봤다고 공개했다.
제호퍼 장관은 2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회동한 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호퍼 장관은 이날 새벽 “오늘 우리는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기민당과 베를린에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그 후에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갈등으로 기민당과 기사당 간의 동맹 관계가 깨지고, 그에 따라 연정이 붕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단기적으로는 제호퍼 장관의 사임이 메르켈 정부 내 ‘가시’가 제거되는 것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정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올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기사당은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약진하고 있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견제, 정치적 기반을 둔 바이에른주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사당은 지난달 다른 EU국에 먼저 망명 신청을 한 난민을 강제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난민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으며, 메르켈 총리는 다른 국가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EU국과 긴급 회의를 가졌었다.
메르켈 총리는 기사당을 계속해서 설득 중이다. 그는 “방법이 다를 뿐 추구하는 목적은 같다”며 EU국과 합의한 내용이 난민을 줄이려는 기사당의 목표와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기사당과 동맹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기사당에 구애 제스처도 취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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