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해안서 고무보트 타고 유럽행 난민들 참사 NGO 구조단체 "리비아·유럽 구조당국 늑장 대응" 이탈리아 "민간 구조활동은 불법. 입항 계속 거부" EU 난민 선별 강화키로 해 지중해 참사 증가 우려
리비아 해안에서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여성이 구호단체 오픈 암스의 구조선에 옮겨타기 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해역에선 난민 보트가 전복돼 100여 명이 실종됐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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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해안 경비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 동쪽 해상에서 고무보트 3대에 나눠타고 있던 361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2~3살로 추정되는 여아 3명의 시신을 해안에서 수습했고, 100명 가량은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하유브 카심 대변인은 “보트 3대에는 어린이 15명과 여성 39명도 타고 있었다"며 “인근 해군 기지로 데려가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한 후 불법 이민관리센터에 인계했다"고 말했다.
숨진 여아 두 명은 모로코, 한 명은 이집트 국적이라고 경비대 관계자를 인용해 리비아 옵서버가 보도했다. 난민들은 이집트와 모로코, 예멘, 수단,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이었다.
숨진 난민 아이 시신 옮기는 리비아인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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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의 난민 구조선은 이날 오전 8시쯤 리비아 해안경비대와 유럽연합(EU) 군 당국이 난민들이 탄 고무보트가 구조 요청을 보냈다는 내용의 무선통신을 주고받는 것을 포착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선박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 해상안전 시스템을 통해 공식구조 요청 올라온 것은 90분이 지난 후였다고 오픈 암스는 공개했다. 오픈 암스는 또 로마 해상구조협력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으니 추가 지원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오픈 암스가 운영하는 아스트랄호의 리카르도 가티 선장은 리비아 해안 경비대가 구명조끼 등 기본 장비도 없이 구조에 나섰으며, 그동안에도 아스트랄호에 구조 현장에서 떠나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경비대원들이 총을 들고 오픈 암스 구조선에 올라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숨진 채 발견된 난민 어린이들 [AFP=연합뉴스] |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19∼20일에도 배 세 척이 뒤집혀 220명이 익사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난민 1000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지난 4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 근해에서 소형 보트가 침몰해 어린이 6명을 포함한 9명이 숨지는 등 어린이 희생자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는 NGO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해 유럽 내 난민정책 논란을 촉발했다. 이탈리아는 몰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몰타 역시 거부하면서 해당 구조선은 지중해를 떠돌다 스페인에 정박했다.
반이민 노선으로 총선에서 약진해 집권 연정에 참여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현지 언론에 “NGO가 구조한 난민은 이제 이탈리아에 들어올 수 없다"며 “NGO의 활동은 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픈 암스 구조선의 가티 선장은 “바다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우리를 범죄자라고 부르는데 100명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한 그들이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스페인 비정부기구(NGO) 구조단체 오픈 암스가 운영하는 아스트랄호의 선장 리카르도 가티(오른쪽)가 리비아 인근 지중해 난민 구조활동에 나서 쌍안경으로 수평선 쪽을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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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은 28~29일 브뤼셀에서 심야까지 토론한 뒤 희망하는 유럽 국가에 난민 공동 심사센터를 설치하고 EU 회원국 내 난민 이동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EU 정상들은 재정 지원 등을 대가로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 난민심사센터를 설치해 불법 이민자인지 난민인지를 가린 뒤 난민으로 인정되는 이들만 유럽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응하지 않고 있지만 올 하반기 아프리카 정상들과 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난민 포용 정책을 썼다가 총선에서 고전한 데 이어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으로부터 강력한 난민 정책 수립을 요구받아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14개 회원국에 이미 망명을 신청한 난민이 독일에 다시 망명을 신청할 경우 즉각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NGO 구조단체가 고무보트에 탄 난민들에게 접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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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의 반난민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과 맞물려 유럽을 향해 지중해로 나서는 아프리카ㆍ중동 주민들의 생명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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