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막 이틀간 회의서 난민할당제 등 놓고 격론 불가피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인 ‘SOS 지중해’ 소속 대원들이 구조한 아기를 ‘아쿠아리우스호’로 옮기고 있다. 아기가 탄 목선은 리비아 해안에서 약 50㎞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됐으며 250명 이상이 타고 있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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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받느냐에 신경이 곤두선 나라가 이탈리아·몰타·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국이다. 북아프리카로부터 출발한 밀입국 보트나 난민구조선이 주로 도착하는 ‘끄트머리 EU 국가’다. 특히 이탈리아가 완강하다. 이탈리아는 26일 233명의 난민을 태운 독일 구호단체 '미션 라이프라인'의 구조선 '라이프라인'을 몰타 항구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앞서 630명의 난민을 태운 국제 구조선 '아쿠아리우스'를 스페인에 하선시킨 데 이은 조치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이들 구조선의 입항을 ‘난민 침략’으로 규정하면서 "이탈리아 항구는 인신매매범들을 돕는 이들에게는 앞으로도 폐쇄될 것"이라며 "리비아 출신의 이민자들을 구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다.
몰타 "회원국들 난민 할당 이행하라"
EU 난민 유입 경로. [B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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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28개국 EU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24일 16개국만 먼저 모인 미니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더블린 조약의 “급진적 변화”를 요구했다. 이탈리아·몰타 같은 끄트머리 국가들만 난민을 떠안는 모순을 없애고 프랑스·독일 같은 중심부 국가들이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라는 요구다.
이 가운데 유럽 대륙 안에서 EU의 진입 통로가 되는 비셰그라드 4개국(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은 난민 유입에 진저리를 치면서 미니 정상회의 자체를 보이코트했다. 이들은 난민 입국도. 할당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난민을 '독(毒)'이라고 불러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4선 성공을 계기로 국경 통제와 반난민 입법(일명 소로스 방지법)을 강화하고 있다.
리비아·알바니아 "난민캠프 설립 안돼"
하지만 리비아는 난민캠프 후보지로 꼽히는 사헬 사막 지대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며 난민 밀입국 브로커의 활동을 조장할 수 있다고 극력 반대했다. 알바니아도 EU 가입 승인 대가라는 ‘당근’을 뿌리치면서 “그런 캠프는 아무도 원치않는 유독성 폐기물(toxic waste)을 어딘가에 버리는 것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EU 안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크다. 디미트리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은 "난민캠프가 자칫하면 (인권 보호가 열악한) 관타나모 수용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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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대응이 분열된 EU 민낯 드러내
문제는 이렇게 분열된 난민 대응이 EU의 통합된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57년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독일을 회원국으로 출범한 EU는 차츰 덩치를 키워 유럽통합공동체를 꿈꿔왔다. 옛 소련 영향권에 속했던 비셰그라드 4개국이 가입한 것이 2004년이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정체성이 정립되기도 전에 가중되는 경제난과 밀려드는 난민이 EU 내부의 지정학적 입장 차만 확인시키고 있다. 이틀간 진행될 EU 정상회의는 그 민낯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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