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불만·동유럽 4국 불참
결론 못내 ‘메르켈 구하기’ 실패
28~29일 정식회의 귀추 주목
난민 문제의 긴급 대책을 만들려고 소집된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가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났다. ‘관대한 난민 정책’의 버팀목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빠지며 전 유럽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에이피>(AP) 통신은 16개국 정상이 모인 24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솔직하고 열린’ 대화가 오갔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오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회의 소집을 요구한 메르켈 총리도 “불법 이민을 줄이고 전 회원국이 부담을 공유하자는 데 (정상들이) 동의했지만 구체적 결론을 얻진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난민이 처음 도착한 국가가 심사를 책임진다는 ‘더블린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난민이 쏟아져들어오는 관문이 되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이 ‘독박’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자 독일은 2015년 시리아 내전 등을 피해 100만명 넘는 이들이 몰려드는 ‘난민 위기’가 발생한 뒤, 최초 도착국이 아닌데도 많은 난민 신청자들을 받아들여왔다.
메르켈 총리(기민련)의 연정 파트너인 호르스트 제호퍼(기사련) 내무장관은 이 원칙에 따라, 다른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이 독일 국경을 넘어오면 신청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그럴 경우 “유럽 전체에 난민 배척 움직임이 확산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연정 붕괴를 막으려고 28~2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이번 회의를 긴급 요청했다. 제호퍼 장관은 “총리가 내 업무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연정을 끝내면 된다”며 초강수를 둔 상태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의를 통해 메르켈 총리는 더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됐다. 최근 난민에 적대적인 포퓰리즘·우파 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가 남유럽 국가들에 큰 부담을 지우는 더블린 원칙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유럽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책임감과 연대를 재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연합 내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위험에 빠진다”고 말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한술 더 떠 ‘난민 부담’을 유럽연합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구상 자체에 반대한다. 최근 난민을 돕는 개인과 단체를 처벌한다는 법을 만든 헝가리나 폴란드 등 동유럽 4개국은 이날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29일 정상회의에서 채택을 목표로 하는 개혁안 초안에는 유럽연합이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함께 북아프리카 등에 수용시설을 만든 뒤 유럽이 받아들일 난민과 본국 송환 대상인 ‘경제이민’을 선별하자는 안과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부담을 줄이는 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정상회의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유럽연합 전체가 큰 혼란을 맞닥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낙관론도 나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오늘 우리는 논란에 대해 토의했다. 그러니 (28~29일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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