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4기 연정, 3개월 만에 붕괴 위기
21일 레바논을 방문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베이루트=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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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대연정 내 정당들이 난민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연정 붕괴와 조기 총선 실시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다.
독일 DPA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SPD) 내에서 조기총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라스 클링바일 사민당 사무총장은 이날 3차례 내부 회의를 열고 조기 총선일자, 전망 등을 논의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잠정 투표일, 선거 정책, 당 대회 일자, 후보 명단 등 총선을 치르기 위한 세부사항을 논의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사민당이 메르켈 총리에게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메르켈 총리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5개월 여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지난 3월 출범한 메르켈 4기 내각은 붕괴된다.
독일 대연정은 최근 비교적 관용적 이민 노선을 취하는 기민당 및 사민당과 강경한 반(反) 이민 기조의 기사당(CSU)이 대립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지난 12일 신분증이 없거나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먼저 망명을 신청한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골자인 반 이민 정책을 발표하려 하자 메르켈 총리가 “지나친 조치”라며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사당은 다음날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제호퍼의 정책을 지지하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했다. 기사당은 메르켈 총리에게 EU회원국들과 논의해 2주 내로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반면 기민당의 또다른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은 메르켈 총리의 이민정책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사당은 독일 동남부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으로, 기민당과 함께 지난 70여년간 연합하며 중도우파를 대변해 왔다. 그러나 기사당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자 위기에 빠졌다. 기사당의 텃밭인 바이에른주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난민 유입 통로로 반 이민 정서가 강고하다. 한편 제호퍼 내부장관은 이날 발간된 일간 파사우어 노이에 프레세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자신을 경질할 경우 대연정을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메르켈 4기 정권은 출범 3개월 여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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