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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책 처방해 드립니다]재능은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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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이소담 옮김

예담 | 280쪽 | 1만3000원

경향신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했습니다. 올해는 ‘독서 클리닉’의 일환으로 현장에서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처방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난 20일 도서전 첫날, ‘읽는 약국’의 문을 열고, 저마다의 고민으로 책을 찾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가장 많았던 고민은 단연 ‘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오늘 퇴사를 하고 도서전에 놀러 왔다는 손님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축하 인사를 건넸고, 일에 지치고 사람에게 치여서 잔뜩 풀이 죽은 손님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건넸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평상시에 만나기 힘든 고등학생 손님들입니다. 차례차례 상담을 하는데 한 친구가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꿈이 있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서 걱정돼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한테 재능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꿈이길래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친구가 너무 늦은 것 같다고 걱정을 하는 걸까,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았습니다. 손님은 조금 쑥스러운 듯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같이 온 친구들을 멀리 보내고 저에게 귓속말로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꿈을 저와 공유해줘서 고마웠고, 손님이 느꼈을 초조함이 이해가 되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고,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는 그에게서 <양과 강철의 숲>의 주인공 도무라가 떠올랐습니다.

‘양과 강철의 숲’은 피아노를 뜻합니다. 피아노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해머를 감싼 양모 펠트와 강철로 만든 현, 그리고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지요. 재능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가는 모습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피아노 조율에 매료된 도무라가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도무라는 조율사 학교를 졸업하고 악기점에 취업하지만 기술도 부족하고 소질도 없어 매번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만약 이대로 조율 실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웠던 그는 야나기 선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요. 선배는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그래도 괜찮지 않겠냐고, 두려우면 필사적이 되니까, 온 힘을 다해 실력을 기를 테니까, 조금 더 그 두려움을 느껴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재능이란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대상에서 떨어지지 않는 집념이나 투지나, 그 비슷한 무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해.”(143쪽)

특별한 재능도, 뚜렷한 이상도 없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마음이 작아진 당신에게 “힘내요” “할 수 있어요”라는 말 대신 이 책을 보냅니다. 꾸준하고 정직하게 실력을 다듬어가는 도무라의 이야기가 꿈을 지켜나가는 데 든든한 힘이 되기를. 당신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북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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