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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포스코 회장 후보 공개…밀실논란·외압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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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인 포스코(005490)가 ‘깜깜이 선출’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22일 최종 면접 후보군 5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군을 뽑은 ‘승계카운슬’은 줄곧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스스로 말을 바꾸고 막판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포스코는 최종 후보 5명을 공개하면서도 회장 후보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포스코 사외이사 7명 중 5명(김주현·이명우·박병원·김신배·정문기)으로 구성된 승계카운슬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4월 말 처음 구성됐다. 승계카운슬이 1차로 후보군을 선정하면 장승화 서울대 교수,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한 명을 고른다.

조선비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포스코 빌딩./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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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이사회 내 역할과 권한을 분리하기 위해 승계카운슬을 뒀다고 설명하지만, 승계카운슬 구성원이 그대로 CEO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일각에서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사외이사들이 후보군을 뽑고 사외이사들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구조인데, 절차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절차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승계카운슬 운영 방식도 논란이 됐다. 승계카운슬은 포스코 내부, 외부에서 후보군을 선정한다. 외부 후보군은 국내외 서치펌(search firm·조사기관) 7개사와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여개 주주사,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 등에서 추천을 받는다.

승계카운슬은 이달 5일 4차 회의를 열고 주주와 서치펌에서 추천 받은 외부 후보군 8명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12일 6차 회의에서는 외부 후보군을 11명으로 확대해 검토했다고 밝혔다. 노경협의회와 중우회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주주사 중 한 곳만 후보자를 추천해 후보군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서치펌에 의뢰해 3명을 늘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후보를 급하게 밀어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승계카운슬은 12일 6차 회의에서 외부 후보군을 6명으로 줄이고, 내부 후보군은 5명으로 압축해 총 11명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14일 회의에서는 총 후보군을 6명으로 좁히고 20일 8차 회의에서는 5명으로 결정했다. 최종 후보 5명은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가나다 순)이다.

승계카운슬은 8차 회의 후 “외국인 후보자 1명이 개인 사정으로 면접 참여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후보자로 추정되는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096770)대표이사 부회장 측은 “자진 철회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구 전 부회장은 엑슨모빌에서 근무할 때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최종 후보 5명을 확정하기 직전에는 정치권 개입도 심해졌다.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은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승계카운슬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 의원은 “포스코 출신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포스코는 외압이 많은 상황에서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승계카운슬은 운영 기간 중 추측, 음해성 기사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데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당당하고 떳떳하게 정해진 프로세스(절차)에 따라 소신껏 후보 선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전재호 기자(j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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