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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멀쩡한 중고차 구하라"···불탄 화물선 안에서 펼쳐진 악전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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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끊겨 어두컴컴한 선내에 차량 장기간 방치돼 시동도 잘 안 걸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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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인천 내항 1부두에서는 불에 탄 화물선 내부에서 불에 타지 않은 중고차 880여대를 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전날 자동차운반선 오토배너호(5만2,000t급)에 불이 나 중동으로 수출하려던 중고차 2,438대 중 선박 11∼13층에 있던 차량 1,400여대가 전소됐다. 그러나 선박 10층 밑으로는 불길이 거세게 번지지 않아 1∼5층, 9∼10층에 실려 있던 중고차 880여대는 잿더미가 될 위기를 간신히 피했다. 수출 화주는 이들 차량이 운행에 별문제가 없고 상품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수출하기로 하고 하역작업에 착수했다.

화재 피해를 겪은 선박에서 차를 꺼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인천 내항 하역 인력은 21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반가량 차를 직접 운전해서 부두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하역작업을 했지만 하역 대상 880여대 중 96대만 하선할 수 있었다. 화재로 동력이 끊겨 별도의 조명을 준비해야 하는데다 화물 고정장치를 풀고 장기간 방치돼 시동도 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20여명의 하역 인력 외에도, 화재 발생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관들도 배치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재개된 하역작업에서는 시간당 약 40대가 배 밖으로 나왔다.

인천항운노조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동차 선적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중간중간에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는 차량도 섞여 있어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선박에서 꺼낸 중고차는 다른 화물선으로 옮겨져 중동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불에 타 못 쓰게 된 나머지 중고차는 화재 선박에 실린 상태로 인천 내항 밖으로 예인된 뒤 제3국에서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크다. 화재 선박 선주 측은 화재조사를 통해 화인이 규명되고 보험 처리 문제 등이 매듭지어진 이후에야 선박의 폐선·수리 여부를 결정해 이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종적으로 폐선이 결정되면 선박 해체 작업은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진행하기 어려워 중국 등 외국 업체에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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