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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푹 꺼진 투자…신용융자 6000억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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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가시화


빚 내 주식투자 급격히 감소


하루 평균 1000억 이상 빠져


코스닥시장 감소 폭 더 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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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빚으로 주식투자하는 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가시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에 따른 달러 강세의 여파로 공격적 투자가 한 풀 꺾인 결과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규모는 약 12조300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2일 12조64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신용융자 잔고는 이후 6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두 시장에서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잔고가 빠져나가며 감소 규모만 60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가장 가파른 감소 폭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앞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금액을 말한다. 개인투자자의 이용 비중이 높은 단기 투자자금 성격이 강해 대외 악재가 잇따를 경우 증시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장별로는 개인투자들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잔고 감소폭이 더 컸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2일 약 6조2900억원 수준에서 전일 6조500억원으로 2400억원 감소한 반면 코스닥시장 잔고는 약 6조3500억원에서 5조9800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코스닥시장 잔고는 지난 1월 중순 6조원을 돌파한 이수 가장 낮은 규모다.

신용융자 잔고의 가파른 감소의 배경에는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던 남북경제협력 재료 소멸이 있었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유입된 신용융자 자금은 12일 이벤트 소멸과 함께 감소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상환은 경협테마에 속한 건설, 비금속, 기계 등 업종에 집중됐다.

북미정상회담 당일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 신용융자 잔고 감소 규모는 33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계업종과 비금속광물업종에서 각각 179억원 46억원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비금속업종에서 104억원 기계업종과 건설업종에서 각각 97억원, 33억원어치가 상환됐다.

여기에 대외 악재가 더해졌다. 북미정상회담 직후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통화 약세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확대, 상환 규모가 가파르게 늘었다. 미국 금리인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통화정책 예고로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0원선을 크게 웃돌기 시작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외국인은 지난 12일 이후 20일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도를 지속,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718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이탈은 투자심리를 끌어내렸고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제약ㆍ바이오주의 주가가 요동을 쳤다. 공포에 이들 업종의 신용융자 잔고는 12일 이후 코스피 의약품업종에서 788억원, 코스닥 제약업종에서 632억원 감소했다. 의약품업종과 바이오주가 다수 포함돼 있는 기타서비스업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9월, 코스닥은 올해 1월 수준으로 밀렸지만 신용융자 잔고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재료 소멸로 남북경협주에 이어 투자심리에 취약한 제약ㆍ바이오업종에서 잔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증시 전체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신용융자 잔고 규모가 증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건강관리 업종 주가와 신용융자 간 상관관계는 0.95로 특히 주가가 신용융자에 선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신용융자 리스크로 코스닥시장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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