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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분할만 하면 지주사 주가 '뚝뚝'…"전환 안하는게 낫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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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후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때마침 정부가 지주사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 경영에 방해가 된다는 무용론(無用論)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자회사 가치 △지주회사법 개정 관련 불확실성 △지주사법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이다.

◇ 부진한 지주사 주가…법 개정 불확실성 크고, 규제는 강화되고

HDC(옛 현대산업개발(012630))는 인적분할 후 거래 재개된 지난 12일 기준가(4만8650원)보다 32% 낮은 3만2850원에 장을 마쳤고, 이후로도 약세를 보여 19일 2만6500원까지 급락했다가 21일 3만450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HDC 주가를 6만~7만원대(시가총액 1조8000억~2조원)로 예상해왔다. 자회사 가치가 최소 1조7000억원대인 데다 2000억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주가는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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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분할 전 가격(4만6400원)보다 높은 7만원대로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도 그 이후 미끄럼을 타서 5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두 회사 시가총액을 합치면 3조4000억원으로 분할 전(3조5000억원)보다 오히려 적다. 최근 증시 부진을 이유로 댈 수도 있지만, 거래 중단된 기간(4월 27일~6월 11일) 동안 다른 건설주가 2배가량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진한 편이다.

HDC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분할 설립한 롯데지주(004990)는 7만40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현재는 5만6000원대로 떨어져 있고, BGF도 12월 8일 2만8550원에 거래 재개했으나 현재는 1만800원에 그친다. 이외에도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006120))가 지난 1월 5일 5만5500원에 장을 시작한 뒤 현재 3만6550원까지 하락했고, 현대중공업지주가 작년 이맘때 48만원대에서 현재 36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신규 설립된 지주사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일단 국내 증시 상장사들은 대체로 자회사 가치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편이다. 배당 성향이 낮다 보니 자회사 주가가 올라도 일회성 이슈로 치부될 때가 많다.

또 지주회사법 개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율(상장사 20%, 비상장사 40%) 등을 충족해야 한다. 국회에는 자회사 지분율 조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C 등은 일단 인적분할만 했고 아직 요건 충족이 요원한 상태”라며 “불명확한 로드맵이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인적분할 이후 오너일가가 사업회사 주식을 팔아 지주회사 지분을 사는데, 더 많은 지분 확보를 위해 지주회사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롯데지주의 경우 21일 유상증자로 자회사 지분율 요건은 충족했지만,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이 10% 남짓에 그쳐 이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지주사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증권업계에서는 새로 나올 수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지주사에 대한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비주력 계열사 지분은 팔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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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사 전환 안 하는 게 낫다…삼성 등 포기 공식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화했고, 네이버, 미래에셋대우 등도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계열사별 자율 경영보다는 중심 계열사 아래 수직계열화하는 형태가 능률적이라고 본다”면서 “지주사 요건이나 영업 환경 규제가 언제 또 강화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지주회사 체제를 검토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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