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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만물상] "사람이 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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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간판급 투자전략가 루치르 샤르마는 '브레이크아웃 네이션(도약하는 국가)'이라는 책에서 한국이 "금메달리스트가 될 자격이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1986년 북미 시장 진출 직후 심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고, 일본 도요타 중역들이 '현대의 경쟁 상대는 신형 도요타가 아닌 중고 도요타'라고 무시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첫 미국 수출 차량인 엑셀은 '붙어 있는 것은 다 떨어지는 차'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회사가 1998년 '10년 무상보증'을 제공하기로 하자 미국 언론들은 '돌았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1일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신차(新車) 품질조사에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기아차, 현대차가 1∼3위를 휩쓸었다. 독일 포르셰가 4위, 미국차는 포드가 5위로 가장 높았다. 고급 브랜드의 대명사 BMW가 1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15위에 그쳤다. 도요타는 18위로 처졌다. 지난 2∼3월 미국에서 2018년형 모델을 구매한 7만5700여명을 대상으로 구입 후 3개월간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매긴 순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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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이걸 보도하면서 '사람이 개를 물었다'고 평했다. 신문사에 처음 들어선 신참 기자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는 얘기부터 들었다. 포브스는 한국차의 금·은·동 석권을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20년 전만 해도 한국차는 일본, 미국, 유럽 차를 사기엔 지갑이 얇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구입했지만, 이제는 도요타나 BMW를 품질과 디자인에서 앞서 가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는 비난도 많이 듣는다. 대부분 평균 연봉 9000만원인 노조원들의 연례 파업에 대한 염증 때문이다. '노조 보기 싫어 현대차 안 산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며칠 전 노사 협상 결렬 후 현대차 노조가 또 머리띠를 동여맬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현대차의 품질은 노·사 모두가 노력한 결과다. 현대차가 살아야 노조도 산다. 자동차 수출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외국산 자동차에 25% 무차별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굴러떨어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인 게 자동차 업계 경쟁이다. 현대차 노사의 분발을 기대한다.

[이진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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