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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장애인에게 ‘전자의수’ 전달한 고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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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앞둔 하늘고 3학년생 13명, 3D프린터 이용 맞춤형 의수 제작

손목 절단된 60대에 전달해 눈길

동아일보

하늘고 3학년생들이 직접 만든 전자의수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시중의 전자의수는 가격이 비싼 데다 대부분 수입품이어서 수리도 쉽지 않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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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하늘고 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에서 만든 전자의수(義手)를 16일 장애인에게 전달했다.
자율형사립고인 하늘고 김보근 군(18)을 비롯한 3학년생 13명은 2016년 7월부터 방과후 선진화교육 프로그램 ‘무한상상과정’에서 3차원(3D)프린터 기술을 배워 어떤 장애인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손’을 만들었다.

지도교사 이중언(39) 이형주 씨(47)는 무한상상과정에서 사고로 손이 잘리거나 불편한 사람을 위한 전자의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두 교사는 부산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펀무브’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펀무브는 장애인에게 저렴한 전자의수를 제작해 보급한다.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펀무브는 전문 강사를 파견해 학생들에게 의수 제작을 가르쳤다.

하늘고는 교사(校舍) 3층에 약 1억 원을 들여 3D프린터 9대를 설치하고 컴퓨터 설계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학생들은 홍보와 디자인, 프로그래밍, 기계 및 의학팀으로 업무를 나누고 매주 토요일 오후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3월부터는 간단한 코딩을 통해 설계한 의수를 3D프린터로 출력했다. 장착 테스트를 거쳐 개인 신체에 맞게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9월 학생들은 경기 부천에 사는 임모 씨(62)에게 의수를 전달하기로 결정하고 맞춤형 전자의수 제작에 들어갔다. 임 씨는 1993년 공장에서 프레스작업을 하다 실수로 손목이 절단됐다. 3000만∼1억 원이나 하는 전자의수를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은 임 씨는 동작기능이 없는 모형 의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두 교사는 임 씨를 상담한 뒤 그가 바라는 전자의수의 성능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알아냈다. 이를 학생들이 제작하는 데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센서가 부착된 모터를 의수에 삽입해 컵을 들거나 명함을 집어 건넬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전자의수의 무게는 배터리를 빼고 300g을 넘지 않도록 했다.

시제품은 올해 1월에 나왔다. 하지만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거나 오작동했다. 학생들은 결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친 실험과 토론을 벌였다. 전자의수를 40개 넘게 더 만드는 시험 제작을 거친 지난달 당초 목표한 기능을 갖춘 전자의수를 완성했다.

전자의수를 받은 임 씨는 “고교생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못미더웠지만 직접 착용해 보니 매우 만족스럽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공부하기에도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서 공을 들인 학생들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하늘고는 내년에도 방과후 전자의수 제작프로그램을 운영해 더 많은 사람에게 보급할 방침이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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