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음료 반입 금지 6개월 정류장은 일회용 컵 쓰레기 몸살 음료 전용 쓰레기통엔 오물·구토 일부 구는 수거함 추가 계획 보류 “컵 보증금 도입해 회수 유도해야”
21일 서울 중구의 한 버스정류장 주변. 시민들이 버린 일회용 음료컵이 쌓여 있다(원 안). [이승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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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에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서울시가 쓰레기통을 늘리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버스 정류장 주변은 여전히 일회용 컵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에 음료와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게 된 것은 지난 1월이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음료가 쏟아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자 버스정류장 주변에 버려지는 일회용 컵이 늘어났다. 음료수를 들고 차를 타려다 기사의 제지를 받고 채 마시지 않은 음료수를 그대로 길가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대문구 신촌역 주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쓰레기 봉투에는 음료가 남은 일회용 컵이 가득했다. [이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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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만에 서울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25개 자치구에 버스정류장 근처 쓰레기봉투를 비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청과 협의해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쓰레기통 370여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쓰레기통을 설치해도 정류장 주변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컵 안에 남은 음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류장 옆 쓰레기통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인근에 설치된 음료컵 전용 수거함은 투입구가 일반쓰레기로 막혀 있었다. [이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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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료 컵 전용 수거함 관리는 엉망이었다. 20일 오후 기자가 신촌역 2·3번 출구에 설치된 음료 컵 전용 수거함을 확인해보니 음료를 버려야 하는 투입구가 오물로 범벅돼 있어 선뜻 다가가 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아예 투입구가 일반 쓰레기로 막혀있어 음료를 버릴 수조차 없는 곳도 있었다. 버스를 탈 때 음료를 가지고 갈 수 없게 된 지난 1월부터는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음료 투입구에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거나 술에 취해 구토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시행 결과를 지켜본 후 전용수거함을 늘릴 예정이었던 서대문구는 현재 계획을 보류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류장 부근에 쓰레기통을 늘려도 분리수거 등이 제대로 안 되면 결국 악취 관련 민원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선의에만 기대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수시로 쓰레기통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무단 투기가 줄어든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 인력을 늘리고,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일회용 컵 회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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