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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정류장 쓰레기통 딜레마 … 없으면 쌓이고 있으면 악취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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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 음료 반입 금지 6개월 정류장은 일회용 컵 쓰레기 몸살 음료 전용 쓰레기통엔 오물·구토 일부 구는 수거함 추가 계획 보류 “컵 보증금 도입해 회수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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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의 한 버스정류장 주변. 시민들이 버린 일회용 음료컵이 쌓여 있다(원 안).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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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버스정류장. 주변 휴지통 옆에 비치된 종량제 쓰레기봉투엔 마시다 남은 음료가 담긴 테이크아웃용 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쓰레기봉투는 컵 밖으로 흘러내린 음료로 젖어있었다. 일부 음료는 보도블록까지 흘러내렸다. 이로 인해 주변에 악취가 나고 파리 등 벌레가 꼬였다. 연세대 2학년 김모(22)씨는 “쓰레기통이 있어도 음료 악취로 주변이 더 더러워졌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에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서울시가 쓰레기통을 늘리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버스 정류장 주변은 여전히 일회용 컵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에 음료와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게 된 것은 지난 1월이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음료가 쏟아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자 버스정류장 주변에 버려지는 일회용 컵이 늘어났다. 음료수를 들고 차를 타려다 기사의 제지를 받고 채 마시지 않은 음료수를 그대로 길가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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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대문구 신촌역 주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쓰레기 봉투에는 음료가 남은 일회용 컵이 가득했다. [이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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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버스정류장 주변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늘어났다. 날씨가 더워 음료 소비가 증가하면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시민 이진아(24)씨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종종 마시는데 탑승하기 전에 컵을 버릴 곳이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에 서울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25개 자치구에 버스정류장 근처 쓰레기봉투를 비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청과 협의해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쓰레기통 370여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쓰레기통을 설치해도 정류장 주변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컵 안에 남은 음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류장 옆 쓰레기통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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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설치된 음료컵 전용 수거함은 투입구가 일반쓰레기로 막혀 있었다. [이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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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회용 컵 쓰레기 문제는 올해부터 불거진 게 아니다. 시민들 사이에선 카페처럼 남은 음료를 따로 처리할 수 있는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 달라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 이를 실천에 옮긴 지자체도 있다. 서대문구는 시내버스 내 음료 반입이 금지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신촌 지역 3곳에 ‘테이크아웃 음료 컵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 컵을 버리는 곳 아래쪽에 먹다 남은 음료를 따로 버릴 수 있도록 했다. 음료는 수거함과 연결된 호스를 통해 하수구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음료 컵 전용 수거함 관리는 엉망이었다. 20일 오후 기자가 신촌역 2·3번 출구에 설치된 음료 컵 전용 수거함을 확인해보니 음료를 버려야 하는 투입구가 오물로 범벅돼 있어 선뜻 다가가 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아예 투입구가 일반 쓰레기로 막혀있어 음료를 버릴 수조차 없는 곳도 있었다. 버스를 탈 때 음료를 가지고 갈 수 없게 된 지난 1월부터는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음료 투입구에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거나 술에 취해 구토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시행 결과를 지켜본 후 전용수거함을 늘릴 예정이었던 서대문구는 현재 계획을 보류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류장 부근에 쓰레기통을 늘려도 분리수거 등이 제대로 안 되면 결국 악취 관련 민원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선의에만 기대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수시로 쓰레기통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무단 투기가 줄어든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 인력을 늘리고,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일회용 컵 회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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