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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여성 돕지 못한 남성의 이유와 여성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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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지하철역 승강장의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을 역 승무원(빨간 원)이 말을 건네고 있다. 승무원 뒤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백팩을 메고 서 있다. 주위에는 남성과 여성, 학새들이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쓰러진 여성에 대해 ‘미투(me too)’ 당할까 걱정해 돕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상황을 묘사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을 쓴 여성은 세탁비를 물어달라거나 도둑으로 몰릴까봐 역시 돕지 못했다고 했다.

온라인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경복궁 역사, 미투’라는 제목으로 지난 14일 발생한 사고와 지나가던 사람들이 방치한 모습에 대해 소개했다.

글을 쓴 이는 자신을 20대 초반 여자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4시 44분경에 자신이 본 일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경복궁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며 “어떤2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졌다”고 했다. 이어 “그냥 넘어진 게 아니고 엄청 아프신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작동하고 사람들은 내려오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 글을 쓴 이는 “누가 그 넘어진 여자분을 안거나 질질 끌어서라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놔줘야하는 위급한 상황인데, 지나가는 사람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보기만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어떤 할머니가 넘어진 여

자분을 부축해서 일단 동그란 지하철 승강장앞의 의자에 데려다주셨다”고 상황을 전했다.

게시자는 “여자분이 너무 아파하시니까, 할머니가 여자분한테 ‘편하게 누워보라’하셨다”며 “여자분이 너무 아파서 눕지못하니까 힘이 없는 할머니가 여자분을 잘 눕혀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할머니가) 주변에 보고있던 남학생에게 ‘도와달라’하셨고, 주변 여학생들이 해당 남학생에게 ‘니가좀 해봐’하는 상황이다”고 말을 이어갔다.

특히 계시자는 “그때 해당 남학생이 한말이 기억에 남는다” 며 “‘나 남잔데 어떡해? 미투 당할까봐.’”라고 기억했다. 게시자는 이 글에서 (미투 당할까봐인지 미투 당하잖아인지 정확히 잘 기억은 안나는데, 어쨋든 남학생 말의 내용은 미투를 당할까봐 모르는 여자를 직접 도와줄수 없다는 의미였다.)고 썼다.

이후 이 쓰러진 여성은 역무원의 도움을 받았다.

게시자는 “저는 여자라서 제가 미투당할일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제가 저 여자분을 도와주었다가 옷이 더러워졌다고 세탁비를 물어달라하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렸는데 제가 도둑으로 몰리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까봐 보고만 있었던 건 맞다”며 “모르는여자가 길에서 위험에 처해도 남자들이 도와주지 않겠다는말이나, 펜스룰같은 얘기는 인터넷에서만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다른 여자를 도와주다가 몸에손이 닿았다고 성추행범이 될까봐 보기만하는 상황을 보니까 대한민국이 정말 이렇게 각박해졌다는게 씁쓸하다”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서울신문

당시 상황을 전한 온라인커뮤니티의 글.


한편 펜스룰은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여성들과의 교류를 극히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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