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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현안마다 존재감…여의도가 주목하는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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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종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견이 큰 사안들에 대한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한편 내각의 군기반장으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개각에 대해서까지 이례적으로 직접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이낙연 총리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주재했다. 정부의 2인자로서 검찰과 경찰의 상위 부처인 법무부와 행자부 간 업무 조정을 완결한 셈이다.

이 총리는 특히 사회적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현안에 과감히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 총리는 다음달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부작용이 예상되자 지난 20일 직접 고위당정청협의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법 개정이 이른 시간 내에 이뤄진 감이 있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현실을 이해한다. 시행 자체를 유예하긴 어렵고 시행은 법대로 하되 연착륙을 위한 계도 기간을 삼을 필요는 있다"며 6개월 계도 기간을 관철시켰다.

이 총리는 앞서 지난해 청탁금지법 개정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를 때에도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 농산물 등 제한을 완화했고,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논의 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해 실제 해당 정책이 이 총리의 언급대로 변경됐다.

이 총리는 문재인정부 내각의 군기반장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정부·여당의 압승으로 결론 난 직후인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정책과 그 결과는 장관들이 담당 실·국장을 대동해 언론에 직접 브리핑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관례적으로 역대 총리들이 입을 다물어 왔던 개각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5월 말 해외 순방 중 지방선거 이후 부분 개각 가능성을 언급하며 "장관들 평가가 있었다.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형식적으로 존재하던 총리의 내각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리의 존재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하에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지난해 5월 31일 이 총리 취임 이후 한 주만을 걸러 6월 둘째 주 월요일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과 이 총리 간 주례회동은 해외 순방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정례적으로 열렸다. 오찬을 겸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국정 전반 상황과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 왔다. 이 총리가 외교안보 분야 등 외치 영역에까지 정보에 밝은 것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정보 교류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이후 18일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이 총리를 직접 거론하며 "부처도 이낙연 총리님을 비롯해 정말 잘해줬다"고 말해 신뢰를 재확인했다.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하는 대통령과 내치 현안을 챙기는 국무총리로 업무 방식 이원화가 안착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 총리가 책임총리를 넘어 실세 총리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 강력한 입김을 보여줬던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과 내각 인선 등 정권의 지분을 나눠 가질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가졌던 김종필 전 총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각을 통할하도록 존중해 줬던 고건 전 총리 정도가 있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국정을 장악해 가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총리의 무게감 있는 행보를 차기 대권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당초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안 전 지사는 '미투 의혹'으로 정치생명이 끝나버렸고, 이 당선인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상처를 크게 입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 주자군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총리도 한 명으로 지목받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전후해 이 총리의 보폭이 커진 데에는 문 대통령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총리 본인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특성상 이 총리의 활동 반경이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청와대 참모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결과는 오히려 이 총리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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