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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헝가리 반난민법 패키지 통과… 폭주하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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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도우면 최대 징역 1년까지
한국일보

유럽이 난민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1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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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의 반(反) 난민 정책이 폭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센 반발에 밀려 불법 이민자의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정책을 철회한 것과 달리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난민 반대 여론에 편승하며 강경 일로다. ‘EU 국가 내 분담 수용’으로 공동 대응을 모색했던 유럽의 난민 정책은 3년 만에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동유럽의 우파 포퓰리즘을 대변하는 헝가리 의회는 세계 난민의 날이었던 20일(현지시간) 반(反) 난민 정책을 패키지로 묶은 ‘스톱 소로스(Stop Soros)’ 법을 통과 시켰다. 법안의 골자는 난민과 불법 이민자들의 망명을 도와주는 개인이나 단체 등을 최대 징역 1년에 처하는 것이다. 법안 명칭에는 난민 지원 활동에 적극적인 헝가리 출신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의 이름이 포함됐다. 극우 성향의 빅터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여당 피데스는 집권 이후 소로스를 “국가의 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고 소로스가 설립한 비영리기구 재단 본부는 오르반 정권의 압박을 피해 베를린으로 쫓겨갔다.

최근 난민 구조선 입항 거부로 반(反) 난민 정책 선봉에 선 이탈리아는 ‘EU 지불금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난민 수용 부담을 EU 회원국이 덜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EU에 돈을 내지 않겠다”거나 “EU가 움직이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과감한 조처를 취하겠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24일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정상들이 난민 문제와 관련한 긴급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지만, 모두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어 합의 전망은 밝지 않다.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회담 성명 초안에 ▦난민 보조금 제한 ▦공항 철도 등에서 신분 확인 강화 조치 ▦EU 국경 경비 기관인 프론텍스(Frontex) 규모 확장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대륙 바깥에 별도의 ‘상륙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 같은 조치는 EU가 2015년 급증하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기본적으로 수용하자는 원칙을 세운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럽 대륙 전역에 난민 거부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난민의 어머니를 자처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조차 난민 문제로 연립정부가 깨질 위기에 처하자, 제 살 길 찾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르켈 총리가 오스트리아, 그리스, 이탈리아 정부 측에 독일로 들어온 난민들을 받아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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