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경복궁역 사고, 미투’라는 제목과 함께 지하철 역에서 쓰러진 한 여성의 사연을 공개했다.
게시자는 ’사진속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분이 다치신분이고 오른족 백팩메신 할머니가 부축해주신 할머니 그앞의 학생무리들이 제가 앞으로말할 내용의 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색으로 얼굴을 가렸다. [사진 네이트 판 캡처] |
20대 초반 여자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게시자는 “지난 14일 오후 4시 44분경에 자신이 본 일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경복궁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며 “승강장으로 발을 내디딜 때쯤 빈혈을 앓고 있던 A씨는 머리에 두통을 느끼고 쓰러져 다쳤다”고 전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작동 중이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내려와 위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게시자는 “A씨를 다른 자리로 옮겨야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쓰러진 A씨의 옆을 무심코 지나치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지켜보고만 있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발 머리에 검은색 가방을 멘 할머니 한 분이 A씨를 부축해 승강장 내 동그란 의자에 앉혔고, 할머니는 A씨의 몸을 잡고 의자에 눕히려 애썼다”고 전했다.
혼자서 여성을 눕히는 게 어려웠던 할머니는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A씨의 몸을 같이 눕혀달라고 했다.
게시자는 “주변 여학생들이 한 남학생에게 ‘니가 좀 해봐’라며 미뤘다”며 “그 해당 학생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나 남잔데 어떡해? 미투 당할까 봐’라는 말을 했다”며 “어쨌든 남학생의 말은 미투를 당할까 봐 모르는 여자를 직접 도와줄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경복궁역에 연락해 나온 역무원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상황을 지켜보던 게시자도 섣불리 도움을 줄 수 없어 보고만 있었다. 그는 “저는 여자라서 미투 당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 도와줬다가 옷이 더러워졌다고 세탁비를 물어달라고 하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렸다고 도둑으로 몰리는 상황이 생길까 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괜히 생길지 모를 억울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펜스룰같은 얘기는 인터넷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성추행범으로 몰릴까 봐 회피하는 상황을 보고나니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사실에 씁쓸하다”고 전했다.
'경복궁역 사고 미투'의 전말…“쓰러진 여성 옆에서 도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21일 온라인은 들끓었다. ‘펜스 룰’이 실생활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예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경복궁역 사고 미투’ 사건이 ‘펜스룰’에 따른 피해가 아니라는 당사자들의 해명이 나오면서 펜스룰 논란은 일단락됐다.
‘경복궁역 사고 미투’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사건의 당사자라고 밝힌 여성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성이 직접 나서서 방치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1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 |
논란이 커지자 사진 속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 A(여)씨는 21일 중앙일보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당시 한 남학생이 신고해주고 구급대원분들이 와서 병원 갈 때까지 같이 있어 줬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A씨는 “도와주신 분들에겐 정말 감사하다”며 “도와준 학생이 억울하고 기분 나쁠 거 같은데 신경 쓰지 말라. 정말 고맙다”고 했다.
21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 |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 역시 나타났다. 이들은 “한 남학생이 (대신) 신고해주고 구급대원 올 때까지 쓰러진 여성 옆에 있어 주다 구급대원이 오니까 지하철을 타고 갔다”고 주장했다. 신고자로 지목된 B씨는 댓글을 통해 “지하철 3개를 놓치고 구급차 올 때까지 (A씨 옆에서)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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