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중증 아동 돌봄 서비스는 최장 1주일 간병 맡아주는 시설에 정부가 민간서비스 바우처 지원도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하>
국립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도 입원 환자가 넘쳐 영유아 환자를 일시적으로 받아주기 어렵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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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책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의료 지원은 빠져 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뇌병변 장애 1급 아기를 살려주세요’라는 글에선 생후 17개월 환아 보호자가 “국가에서 왜 출산을 권장하는지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재가 아동 환자의 정확한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다.
국내에선 영유아 환자를 일시적으로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도 입원 환자가 넘쳐 여력이 없다.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장기환자 때문에 자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소아 전용 요양병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외래 진료가 어려운 아동 환자를 위한 왕진은 전혀 없다. 가족이 여행을 가거나 아플 때 절실한 단기 휴식 서비스도 전무하다.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사업이 있지만 소득 제한이 있고 의료 연계가 안 된다. 정부는 9월부터 18세 이하 중증 환자를 위한 재택 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재택의료팀이 아동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단기 휴식 서비스와 같은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빠져 있다.
반면에 영국은 아동 환자 가정을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간병 서비스를 시행한다. 대개 늦은 시간 가족들은 자고 간병인이 아이를 대신 봐주는 식이다. 장애인 활동보조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중증 소아 돌봄에 최적화된 교육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아이를 일대일로 봐준다. 미국은 민간 기관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가 바우처(이용권)를 제공해 비용을 지원한다. 거의 모든 주에 이런 서비스가 있다.
일본은 중증 아동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이 여럿 있다. 0~19세 아동 환자를 최대 7일까지 맡아 주는 임시 위탁 시설인 ‘단풍의 집’도 2016년부터 운영 중이다. 간호사·보육교사 등이 근무하는 이 시설에는 아이만 맡겨도 되고, 가족이 함께 이용해도 된다.
기업들도 영유아 중증 환자 돕기에 나선다. 의류회사 유니클로가 2년 전 비영리 재단과 함께 일본 오사카에 지은 ‘쓰루미 아동 호스피스 시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선 아픈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단기 휴식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장기 입원해야 하는 소아암·백혈병 환자와 가족이 병원 근처에 머물며 치료받을 수 있는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설립을 지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집에 있는 아동 환자는 일상생활 보조와 방문 간호, 단기 휴식 서비스 모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권역별로 소아 가정의료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풍의 집 같은 일시 휴식 시설도 대형병원뿐 아니라 소아과 입원 시설이 갖춰진 병원을 중심으로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ㆍ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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