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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여행반올림#] 걸을수록 반한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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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때 올레길 열풍으로 제주도에 걷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참 많던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한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 대신 오름이나 숲길, 해안산책로, 지질 트레일 등 다양한 걷기 코스가 개발돼 반갑습니다. 매년 제주의 다채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걷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의 유명 관광지만 몇 군데 방문하고는 이제 볼 것이 없다며 더 이상 제주를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안타깝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걸었던 제주의 길 중 몇 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가파도 올레길: 제주도는 본섬 주변에 크고 작은 섬이 많습니다. 이 중 가파도가 참 걷기 좋은 곳입니다. 총길이 약 4.2㎞인 올레 10-1 코스로, 해안을 따라 크게 S자로 걷게 됩니다. 올레길 코스 중에는 등산에 버금가는 거친 코스가 가끔 있는데 여기는 길이 평탄해 누구나 걷기 쉽습니다. 오르막도 없고 그저 융단처럼 펼쳐진 청보리밭과 푸른 바다, 바다 너머 제주도를 감상하며 편안하게 한 바퀴 돌면 됩니다. 천천히 걸어도 1~2시간이면 다 걸을 정도입니다. 가파도 가는 배를 타는 모슬포항 근처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도 신비로운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함께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주 밭담길: 화산섬인 제주는 한반도처럼 비옥한 경작지가 없는 무(無)의 세계였습니다. 돌밭뿐인 곳에서 돌을 걷어내 땅을 고르고 밭 한 뙈기 힘들게 만들고 나면 돌을 치워둘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또 세찬 바닷바람과 말과 소의 무단 침입을 막을 겸 밭 주변으로 돌을 한 줄 쌓고, 또 얹고 얹어 지금의 밭담이 됐습니다. 서로의 밭을 구분 짓는 경계 역할도 하면서 제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천년 세월을 품은 문화유산으로, 최근 세계중요농업유산에도 등재됐습니다. 이 중 해설사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월정리 코스가 매력적입니다. 시작점인 밭담체험테마공원에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돌아와 불을 피워 쉬고 옷을 갈아입던 불턱, 화장실이자 흑돼지를 키우던 곳 등이 재현돼 있습니다. 밭담길 앞으로는 푸르른 월정리 바다가 펼쳐져 있고, 길을 걸으며 당근, 무, 감자 등 농작물이 빼곡하게 심긴 농작물 이름을 맞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지면상 두 곳만 뽑았지만 비자림이나 한담해안산책로 등 해외 못지않게 매력적인 여행지가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끌리는 곳이 있다면 걷기 여행 한번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제주도의 출구 없는 매력에 빠지게 될 겁니다.

[홍성원 웹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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