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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전 교통연구원 원장·KAIST 겸직교수 |
우리의 교통제어 개념은 기본적으로 좌회전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교차로에서만 좌회전 신호를 달아 허용하여 마치 모든 것을 규제하고 예외를 허용해 주는 우리의 법체계와 흡사하다. 이러한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에서는 단속할 일은 많은데 대신 위반이 많아지고 그 와중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구에서는 좌회전을 어떻게 처리하나? 그들은 어디서나 좌회전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며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만들어 동네 편한 곳에서 좌회전을 하도록 만든다. 그 대신 이렇게 좌회전을 하면 곧 간선도로에 진입하게 되어 더 이상 좌회전을 하지 않아도 목적지 부근까지 직진할 수 있게 만든다. 간선도로에서는 좌회전이 금지되지만 신호 연동처리를 철저히 하여 운전자가 신호대기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준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교통신호시스템은 1980년대에 현대화되었다. 그러나 도로체계의 현대화 없이 신호시스템만 전자식으로 고쳤으며 교통이 막히면 도로를 넓히고 신호를 바꾸는 국지적 개선을 지속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결국 상시 교통정체지역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우리식도 아니고 서구식도 아닌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시스템 같은 억지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땜질식 해결책이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설사 한계점까지는 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가오는 자율주행 자동차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교통시스템을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조건은 첫째, 동네 어디서나 좌회전을 하여 간선도로망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단 간선도로에 진입하면 목적지까지의 운행을 대부분 고속으로 할 수 있도록 도로망과 신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신부용 전 교통연구원 원장·KAIST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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