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때는 지역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기습 결정이다. 40년간 지속된 원전 폐쇄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마땅히 주민들에게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사업 종결의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에 투입된 5600억원과 신규 원전 4기 매몰 비용 3100억원 등 총 8700억원도 허공으로 날아가게 생겼다. 손실 비용을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월성 2~4호기, 고리 2~4호기 등 노후 원전 10기도 수명 연장 없이 폐쇄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도 국내 원전 24기 중 정비 등의 이유로 일시 운영이 중단된 원전은 8기에 달하고 이로 인해 전력구매단가도 치솟았다. 2017년 기준 22.5GW 규모 발전량은 2030년 20GW 이하로 줄어들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력 수급과 전기요금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결정이 6·13 지방선거 압승 이후 곧바로 나왔다는 점은 개운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서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포함한 탈(脫)원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는데 선거 압승에 고무돼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방선거 승리를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찬성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탈원전 갈등이 재점화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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