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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불붙었던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성폭력을 뿌리뽑겠다며 내놓은 법률 개정안 12건 중 10건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여성가족부가 집계를 해보니, 정부가 개정하려 하는 12개 법률 중 10개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만들어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쳐야만 법들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미뤄주는 민법 개정안 단 1건만 국회를 통과해 입법예고 중이다. 유명 시인·연출가 등의 성폭력이 폭로된 뒤 예술인 권익보장과 성폭력 대책이 거론됐으나, 가칭 예술인권익보장법은 아직 법안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은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된 조치를 담은 것들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을 계기로 이목을 끈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의 법정형을 5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개정안은 지난달에야 발의됐고, 아직 상임위 논의도 못했다. 의료인 간 성폭력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때 의사면허를 1년까지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월 발의됐지만 역시 상임위에도 올라가지 못한 채 대기중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숨기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도 지난 4월 발의된 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사업주가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거나 근무장소를 바꾸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과태료만 부과하게 한 현행법보다 실효성이 훨씬 크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노동위원회법 개정안도 국회에 머물러 있다.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정부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현장점검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지침 개정 등 행정조치는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성폭력을 고발했다가 도리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일선 검찰청에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하도록 한 지침,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고나 명예훼손 고소사건 수사를 일단 중단하도록 한 성폭력 수사매뉴얼 등이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성차별 관련 지표를 넣기로 했고, 공공기관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인사제재는 이미 공무원 수준으로 올렸다. 윤세진 범정부 성희롱·성폭력근절 추진점검단 점검총괄팀장은 “개정안 국회 통과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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