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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유럽의 '反난민' 정서, 단순히 극우·인종차별의 소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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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선의 모습(사진=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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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유럽 모든 국가를 통틀어 정치권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슈는 '반(反) 난민'이다. 최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극우정당이 선거를 통해 주요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반난민 정서를 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극우정당의 득세, 인종차별주의의 재래 등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 주를 잇지만, 한편으로 수십, 수백만에 이르는 대규모 난민으로 경제, 사회, 치안붕괴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어느 국가도 반난민 정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의 BBC 방송 등 외신들에 의하면 리비아 해안에서 600여명을 구조해 태우고 온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Aquarius)는 이탈리아와 몰타섬 중간 해역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탈리아와 몰타정부가 모두 이 난민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서로 해당 구조선의 관할권이 상대국에 있다며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반난민정서를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는 것.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지중해를 끼고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를 마주대하고 있는 지역들의 반난민정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 무려 70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들어왔고 50만명 이상의 불법체류자가 들어온 이탈리아의 경우엔 이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특히 유럽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여겨지는 시칠리아는 애초 이탈리아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속했는데 난민들이 몰려오면서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고, 불안한 치안상태는 더욱 안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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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해안 지대에서 629명의 난민을 구조해 이탈리아로 입항하려다 이탈리아와 몰타 중간수역에 갇히게 된 아쿠아리우스호의 모습. 양국 모두 관할권을 상대편에 떠넘기며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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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새 정부의 내무장관 겸 부총리를 맡은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사진)는 리비아 해안에서 난민 629명을 구조해온 아쿠아리우스 호의 입항을 거부하며 이탈리아 정부가 이민자 추방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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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럽의 대규모 난민문제는 1990년대 초 동구권 붕괴 당시부터 시작됐지만, 현재처럼 대규모로 진행되지도 않았고 인종적, 종교적 유사성이 강한 동구권 유이민에 대한 거부감도 작은 편이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른바 '아랍의 봄'과 이라크 전쟁, 시리아 내전 사태 등으로 촉발된 대규모 중동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지면서 난민문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로 성장하게 됐다.

이들 지역은 이슬람 원리주의가 매우 강한 지역들로 같은 이슬람권 국가인 터키, 요르단 등 상대적으로 세속화가 많이 이뤄진 이슬람 국가들과도 문화적 격차가 큰 편이었다. 현재 터키와 요르단 등 인접 중동국가들이 받아들인 난민은 450만~5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들 지역에서도 난민들과의 사회적, 문화적 충돌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함께 각종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에 섞여 들어오면서 각국의 골치거리가 된 탓이다.

같은 중동국가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마당에 아예 기독교권 국가들인 유럽에서 이 난민들과의 충돌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2016년 독일 쾰른에서 1000여명의 이슬람 난민들이 신년맞이 행사에서 독일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럽 내의 중동지역 난민들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독일에서는 난민 관련 범죄가 2010년대 들어 기존보다 10배 이상 증가했고 흉기난동, 차량폭탄테러 등 각종 테러가 발생하면서 반난민 정서는 더욱 고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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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열린 독일의 반 이슬람 시위 모습(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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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극우정당의 득세로 인한 결과나 유럽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비난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같은 경우는 반난민정서의 심화 속에 아예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하게 됐으며,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 이후 난민 심사가 대폭 강화됐다. 중국, 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경우에는 순혈주의도 강한데다 난민심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역들로 손꼽힌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그나마 인도적 체류자를 많이 받는 편인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헌법상 난민이 아닌 자국민으로 바로 받아들여지는 북한 탈북민 숫자가 압도적이라 중동 및 기타지역 난민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중동지역의 내전문제가 확실히 해결되기 전까지 유럽 내 반난민 정서의 확대와 극우정당의 득세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국가별 인구, 경제적인 상황 등을 감안해 난민을 강제 분할 수용하는 '난민할당제'까지 나왔지만, 동유럽 지역들의 반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유럽 내에서 반난민 정서가 더욱 커질 경우, 유럽연합의 해체 조짐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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