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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탈리아, 629명 탄 난민구조선 거부… 포퓰리즘 정부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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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지중해’ 운영 아쿠아리우스호

몰타에 입항 떠넘겨… 비난 집중
한국일보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왼쪽),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오른쪽)가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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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선진국 가운데 최초로 등장한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성향 정부가 본격적인 반(反)이민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 출신의 신임 내무장관인 마테오 살비니(45) 부총리가 629명의 대규모 이민자를 태운 난민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 난민구조선 입항을 허용하라고 떠넘기며 이탈리아로의 입항 허가를 거부했다. 입항이 거부된 배는 629명의 난민을 태운 아쿠아리우스호로 비정부기구(NGO) ‘SOS 지중해’가 운영하고 있다. 이 배는 지난 8일 리비아 해상에서 구조 작전을 펼쳐 123명의 미성년자, 어린아이 11명, 임산부 7명 등이 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의 뜻하지 않은 결정과 몰타 정부의 입항 거부가 맞물리면서 지중해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SOS 지중해는 “우리의 유일한 목적은 어려운 상황에서 구출한 사람들을 안전한 항구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이주자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해결책을 찾을 것”을 관련 국가들에 요구했다.

살비니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몰타는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랑스는 국경에서 사람들을 밀어내고, 스페인은 무기로 국경을 방어한다”며 “오늘부터 이탈리아도 인신매매, 불법 이민 산업에 ‘노’라고 말할 것”이라고 난민들의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몰타 정부는 “이 선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몰타는 국제사회의 의무를 전면 준수하고 있다”고 전면 반박했다.

국제 사회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우익 정당인 연립정부 동맹당을 이끄는 살비니 장관은 당선 전부터 이탈리아 우선정책을 내세워 이슬람교와 이민자의 침략에 맞서 이탈리아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향후 대중들을 방패로 반이민 정책에 더욱 강력한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후 약 70만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도착했다. 난민들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부담이 커지며 이탈리아 국민 사이에 반 난민 정서가 널리 퍼졌고, 이는 지난 총선 살비니 장관이 속해 있는 동맹의 지지율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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