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규탄, 편파 수사 항의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차별 편파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시위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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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젊은이들로 가득 찬 공간에 자리를 잡은 A씨는 “내가 젊었을 시절엔 몰카 범죄나 성범죄가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내가 느꼈던 두려움을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이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딱 서른 살 아래인 딸 B씨는 “남자라면 경험하지 않아도 될 공포를 여자라 너무 많이 경험해왔다는 걸 깨달아 ‘집회에 함께 가보자’고 엄마를 설득했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A씨 모녀를 포함해 주최 측 추산 2만2000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여성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불편한 용기의 작은 불씨가 큰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드레스 코드는 ‘빨간색’이었다. 참가자들의 행렬은 혜화역에서 이화사거리 부근까지 700m 가까이 이어졌다.
집회 장소에 마련된 무대 위에 선 운영진은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싱을 외면하고 있다”며 “범죄수사와 구형과 양형에까지도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공권력이 수호하는 건 국민의 안전이 아닌 남성의 안전이다”고 주장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집회의 시작은 여성이 가해자였던 홍익대 불법촬영 사건이 계기였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불법촬영물 전반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의 성차별 문제로 번져나갔다. 참가자들은 주로 10~20대 여성들이었지만 40~50대 여성들도 있었다.
20대 딸이 둘이라는 이모(55)씨는 “딸들과 불법촬영 처벌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다”며 “젊은 친구들이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기특하고 공감되는 점이 많아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남성안심화장실’이라고 적힌 곳에서 가면을 쓴 사람이 소변을 보면 지켜보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가해자 90% 이상이 남성인 불법촬영 범죄를 ‘미러링’해 반대의 상황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삭발을 했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상여자!” “자이스!(자매 나이스)”라며 응원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허락 없이 집회 장면을 찍으려 할 때마다 여성들은 "찍지마”를 연호하며 경계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혜화역 집회 이후 집회 취지를 비판하며 참가자들의 외모를 희롱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김지아·성지원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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