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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D-3 르포]"네거티브만 하니 뽑아주고 싶겄소"…광주 서구청장, 막판까지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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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전에 실망, 적격자 없어 표심 방황"

열띤 선거 분위기 실종, '깜깜이 선거' 우려도

서대석 후보 비리 의혹 표로 이어질지 '촉각'

뉴시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9일 광주 서구청사에서 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가운데, 청사에 붙은 투표 독려 현수막이 보여지고 있다. 2018.06.09.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변재훈 기자 = "서대석이든 임우진이든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서로 비방만 하고 선거철에만 (주민) 섬기는 척 하고, 차라리 기권하고 싶당께(싶다)."

6·13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9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시장 건어물 코너에서 50여 년간 장사를 해온 황모(78·여)씨가 혀를 차며 내뱉은 말이다.

황씨 옆에 있던 중장년층 상인 4명도 거들었다. "네거티브만 하는 후보들 뽑아주고 싶겄소. 누가 더 구정을 잘 이끌지, 주민을 더 섬길지 살펴보고 선거 당일 투표할라요."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 서대석 서구청장 후보와 무소속 임우진 후보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임 후보를 앞선 서 후보에게 일부 쏠림여론도 감지됐지만, 막판까지 '더 좋은 후보를 뽑겠다'며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양동시장 지하철역 주변에 좌판을 깔고 농산물을 팔던 김모(73·여)씨는 "누가 당선되도 삶의 질이 달라지진 않을 거 같다. 공약과 후보 됨됨이를 좀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수산물을 가득 담은 봉투를 양손에 든 신모(62)씨도 "여당이 잘할 수 있을 때 밀어주려고 했었는데 두 후보 모두 구정을 이끌 적격자인지 잘 모르겠다. 며칠 안 남았지만 장점과 단점을 두루 살피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제기된 서 후보의 '인사 청탁·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법적 대응까지 이어진 사실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나타냈다.

수산물코너 상인 양모(50)씨는 "미래주도적인 정책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비방하는 선거전만 펼치고 있다"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북미 정상회담, 러시아 월드컵, 경기 침체, 대통령 지지율 고공 행진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 등으로 열띤 선거 분위기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기초의원 선거운동원 몇몇만 눈에 띄었다.

양씨는 "지난 지방선거 땐 후보들이 자주 시장을 찾았고, 손님들도 선거얘기를 자주 했었는데 이번엔 후보자 가족만 얼굴을 비추거나 손님들도 선거에 무관심한 거 같다. 정책·이슈·인물이 실종된 느낌이다"며 '깜깜이 선거'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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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9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8.06.09. sdhdream@newsis.com


서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이 표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2년 간 시장에서 수산물을 팔아온 김모(60·여)씨는 "(서 후보가)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임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장 주변 양3동 주민센터에서 부인과 함께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모(40)씨는 "지위 또는 경력을 이용해 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으로, (서 후보가) 청렴한 구정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노조와 갈등을 겪던 임 후보도 별로지만, 차선책으로 뽑았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성은 "원래는 서 후보를 지지했는데 기권하고 나왔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재선거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 아니겠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반면 전남고 투표소에서 만난 임모(26)씨는 "후보자를 고르는데 전혀 신경이 안쓰인 건 아니지만 아직 의혹수준인 문제 제기라서 판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회사원 서모(27)씨는 "솔직히 정치하는 사람치고 흠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고 단지 드러난 것 뿐이다. 어차피 도덕성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 공약을 보고 선택하는 게 맞다고 본다. 후보자들의 공약만을 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학원강사 윤모(31·여)씨는 "임 후보의 현직(구청장) 프리미엄보다 서 후보가 여당 후보라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의혹 제기가 실제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구 치평동 대형 마트와 영화관 등지에서는 젊은 세대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났다. 가전매장에서 만난 김모(38)씨는 "선거공보물을 다 보지도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라면 모를까, 기초단체 선거는 관심이 없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걷던 손모(25)씨는 "후보자와 공약을 꼼꼼히 보고 고른다고 해서 (정치가) 더 나아진다는 생각도 딱히 안 든다"고 말끝을 흐렸다. 누굴 뽑을 지 묻는 질문에는 연신 손사래를 치며 대답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도시와 구도심이 혼재돼 있는 서구 특성상 다른 지역에서 온 유권자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식품매장을 둘러보던 조모(30)씨는 "수원에서 내려온지 얼마 안 돼 후보자 정보는 없지만 예전부터 민주당 지지자였다.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이모(36)씨도 서울에서 온 지 1년 남짓 된 서구 유권자였다. 그는 "솔직히 투표할 마음이 안 든다. 토박이가 아니라 지역 사정도 잘 모르고, 보수인 제 입장에서는 뽑고 싶은 정당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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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8일 광주 북구청 3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관위 관계자가 광주 서구청장 후보 투표용지를 유권자에게 건네고 있다. 2018.06.08. sdhdream@newsis.com


마트 인근 영화관에서 만난 정모(30)씨는 "(두 후보가) 자신의 장점과 공약이 아닌 상대 후보의 약점과 의혹만 부각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며 "투표할 후보는 선거 당일까지 고민해볼 생각이다"면서 음료를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폭로로 촉발된 서대석 후보에 대한 의혹만으로 당락이 바뀔 것 같진 않다"며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강한 데다 더 이상 유권자들이 단순한 의혹 만으로 지지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남재 시사평론가는 "서대석 후보의 의혹이 얼마나 확산되고 사실로 굳어지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요동칠 수는 있지만, 선거일까지 얼마 안 남아 당락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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