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문체부 "고의적 '노선영 왕따'는 없었다…지도자 불통 탓"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2월 1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불거진 ‘노선영 왕따 논란’은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4강 진출 실패라는 경기 결과 때문이 아니었다. 결승선을 앞두고 김보름·박지우가 앞으로 질주했고, 노선영은 한참 뒤에 뒤늦게 혼자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 명 중 맨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팀워크'가 중요한 팀추월의 기본을 무시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경기 이후 노선영이 혼자 우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노선영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김보름의 인터뷰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대규모 국민청원도 나왔다.

조선일보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 김보름·박지우가 노선영보다 한참 앞서 달리는 모습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종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진상을 조사한 결과 ‘고의적 왕따’ 논란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지난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노선영 왕따 논란’에 대해서는 세 선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진술과 이전 대회 경기 모습, 경기 전후 상황, 경기 영상과 다른 대표팀 사례, 전문가 의견까지 종합한 결과 “선수들의 주행에 나쁜 의도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결승선을 통과할 때 김보름, 박지우와 노선영 간 간격이 벌어지자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가속을 했거나,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문체부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선 선수들의 종반부 구간 속도가 다른 구간 속도보다 특별히 빠르지도 않았으며, 노선영의 경우 후반 체력이 떨어져 간격이 벌어진 후에는 공기저항까지 받게 돼 간격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체부는 "팀추월 경기 문제는 지도자와 선수 간 의사소통 문제"였다며 직무태만, 사회적 물의 등의 책임을 물어 백철기 전 대표팀 감독을 징계 조치하라고 빙상연맹에 지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백 전 감독은 경기 전날 선수들끼리 합의해서 주행순번을 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따로 논의를 하지 않았고, 백 전 감독은 경기 당일 워밍업 전에야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컨디션에 자신이 없던 노선영은 망설였으나 선배로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3번 주자를 해보겠다고 얘기했다. 문체부는 "백 전 감독이 주행 순번에 대해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결정을 미뤘다"며 "논란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노선영이 경기 전날 찾아와 3번 주자로 타겠다고 말했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또 ‘빙상계 대부'로 불려온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의 전횡 논란에 대해서는 "특정인물이 빙상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권한도 없이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한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부회장 재임 당시 사적 관계망을 활용해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중징계를 받는 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당 감독에 대한 민원서와 징계 요청 진정서를 옛 조교와 지인에게 작성토록 해 연맹에 제출하게 했다는 것이다.

전 부회장은 2014년 3월 연맹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네덜란드 출신 외국인 지도자의 계약 해지, 캐나다 출신 외국인 지도자의 영입 시도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문체부를 밝혔다.

문체부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일부 선수가 한국체대에서 이른바 '특혜훈련'을 받은 것에도 전씨가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문체부는 국가대표선수 선발과 지도자 임용 과정에서의 부적정한 사례, 경기복 선정 및 후원사 공모 과정의 불투명성, 스포츠공정위원회의 부당 운영, 선배 선수의 후배 선수 폭행 의혹, 업무활동비와 회의 참석 수당의 부당 지급 등 빙상연맹 운영 전반에 있어 "비정상적인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에 따라 빙상연맹에 관련자 징계 요구 28건(중복 포함, 징계요구자는 18명), 부당 지급 환수 1건, 수사 의뢰 2건, 기관 경고 3건, 개선 요구 7건, 권고 3건(징계 권고 포함), 관련 사항 통보 5건 등 총 49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동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