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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전문] MB "다스 의혹, 상식적 이해 안돼…삼성 뇌물은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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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머니투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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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111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첫 재판에서 직접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모든 의혹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해선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음은 이 전 대통령의 발언 전문이다.

저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 진술 거부하라고 하기도 하고, 재판을 거부하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에 맹세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가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저는 이를 믿고 재판부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재판에 임하면서 수사기록을 검토한 변호인들은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으니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부동의하고 증인을 재판에 출석 시켜서 진실을 다퉈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함께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이유로 상당 부분을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법정에 불러 그들을 추궁하는 게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가 있습니다. 더욱이 국정을 함께 했던 사람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입니다.

고심 끝에 증거는 다투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고 강력히 만류했지만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재판부가 이러한 것과 무관하게 검찰 증거의 신빙성을 검토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다스입니다.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은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납품에 참여했습니다. 저로서는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리는 것이 비난 염려가 있어서 말렸지만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이 부품 국산화 차원에서 하는 건데,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니고 형님이 하니까 괜찮다며 정주영 회장도 양해했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30년 간 소유를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게 정당한지 의문입니다. 변호인이 공소사실과 관련해 말을 해서 저는 줄이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이 그러하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일용노동자로 일하던 어린 시절 제 소원은 한달 일하고 월급받는 일자리를 갖는 거였습니다. 종업원이 20여명 있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전 세계를 누비며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해 거리에서 행상하던 시절 어머니는 늘 제게 지금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다. 잘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를 도와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대답했지만 수십, 수백번 반복하면서 그 말은 제 마음속 깊숙이 박혔습니다. 행상하시던 어머니가 떠나던 날 저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고등학교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하이서울 장학금을 만든 것도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입니다. 2007년 출마하면서 전 재산을 환원해 장학사업을 약속했고 그렇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무릎꿇고 기도하던 어머니와 약속을 실천하고자. 어머니는 배움이 많지 않지만 자식들에게 바른 정신을 물려주는 데 일생을 다했습니다. 어머님의 정신 잊지 않고 늘 감사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치 시작하며 마음 속에 품은 일이 있습니다. 권력이 기업에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보복하는 것은 다신 있어서는 안 되겠다. 대통령 당선 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아가 대기업 회장을 찾아가서 이제는 정경유착이란 단어는 없어졌다, 정부와 기업 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다, 기업 투자 확대하고 일자리 확대에 전념해달라 선언한 것도 이런 마음을 실천한 것입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 기업 사안 갖고 단독으로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인해보면 알 것입니다. 야당 시절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 복원할 때 대기업 건설회사 참여하고 4대강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퇴임 이후에도 몇 차례 감사원 감사받고 오랫동안 검찰이 수사했지만 불법 자금은 없었습니다. 제 자신이 부정한 돈 받지 않고 실무 선에서 가능성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제2롯데월드도 시끄러웠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청계재단 할 때도 순수하게 외부 돈 없이 제 재산만으로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사면 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입니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한 뒤 최우선으로 이건희 IOC위원의 사면을 요구받고 정치적인 위험이 있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결정했습니다. IOC 밴쿠버 총회를 앞두고 급히 사면해 자격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올림픽이 유치되고 지난 2월 성공적으로 개최됐습니다.

한국은 전후 짧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간 분열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의 시대를 열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앞에 언젠가 남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남북 간 진정한 화해와 협력,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소명입니다. 이런 소명을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가 먼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바라건대 이번 재판 절차 결과가 사법의 공정성을 국제에 보여줘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 피고인으로 서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합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은 변호인께 모두 말했고,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주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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