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망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해외 각국에서 네트워크 투자 분담 없이 수익만 챙겨가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을 비꼰 표현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망 이용료 분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른 글로벌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트래픽 유발량이 많은 ‘데이터 하마’다. 국내 이용자가 늘어날 수록 국제 회선을 비롯해 전반적인 네트워크 증설 투자가 불가피하다. 망 투자 ·관리비는 통신사가 부담하고 글로벌 사업자들은 수익만 챙겨가는 역차별 구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의 서비스 운영방식은 국가·대륙별로 차이가 난다. 통상 넷플릭스는 아마존 클라우드를 활용해 서비스된다. 지역 협력사에 캐시서버를 두는 방식도 있다. 캐시서버란 이용자들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둔 지역 서버. 이용자가 콘텐츠를 주문할 때마다 국제회선을 경유 할 필요없이 해당 지역 서버에서 미리 저장해 둔 콘텐츠를 전송해주는 방식이다. 국내 제휴사인 딜라이브와 CJ헬로에도 넷플릭스의 캐시서버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자체 비용으로 캐시 서버를 두는 대신 망 이용대가는 일체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대부분 장편의 고화질 영상이라 소요되는 트래픽이 그만큼 많다. 국내 통신사와 손잡고 모바일과 IPTV 콘텐츠 형태로 공급될 경우 넷플릭스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국내 유·무선 트래픽의 70%를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사의 넷플릭스 서비스 도입 시 적정한 망 이용료 협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여러 모로 국내 통신사들에게 협상 환경이 유리하지 않다. 통신사들의 경쟁구도가 워낙 팽팽해서다. 그러다보니 협상의 주도권을 넷플릭스가 쥐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 KT 모두 넷플릭스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어디든 처음 넷플릭스와 계약하는 통신사의 조건을 나머지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넷플릭스는 인터넷 홈페이지 각 국가별 넷플릭스 속도 그래프를 공개하며 통신사들이 자발적인 증설에 나서줄 것을 압박해온 상황이다.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협상이 중요한 건 페이스북 등 다른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들은 현재 페이스북과 망 이용대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무선 트래픽의 30%를 차지하면서도 망 이용대가를 거의 내지 않는 유튜브 역시 넷플릭스와의 계약 조건을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협상 초기에 적절한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나라가 비용만 대는 글로벌 기업들의 ‘ICT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수 기자 lj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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