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범죄에도 남성 무죄ㆍ여성 구속” 주장
-“여성도 자기 인생 결정해야”…요구 쏟아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에서 불거진 경찰의 편파 수사 논란에 뿔난 여성들이 주말 도심 광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 19일 편파 수사 규탄 집회에만 1만명이 넘는 여성이 집회 현장에 모인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10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더는 성차별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경찰과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는 자체 추산 1만2000명에 달하는 여성이 운집했다. 모두 ‘홍익대 몰카 사건 편파 수사 규탄’ 집회 참가자였다. 단일 사안으로 모인 여성 집회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자체 추산 1만2000명의 참가자가 운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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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은 빨간 옷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고 외쳤다. 남자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이른바 ‘홍익대 몰카 사건’을 두고 피의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바로 구속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남자는 무죄 판결을 받고, 여자는 곧장 구속된다”며 “더 이상 편파수사를 참지 못해 거리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집회 중 한 여성 참가자는 단상에 올라 그동안 몰카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성들의 이름을 하나씩 읽었고, 이를 듣는 다른 참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뒤이어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의미로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 모양의 박을 깨뜨리고 법전 그림에 물감을 던지는 행사를 진행했다.
애초 경찰은 이날 집회에 1000여명 안팎의 참가자가 모일 것으로 봤지만, 이날 경찰 추산 1만명의 참가자가 모이면서 경찰은 경력을 추가 투입해 현장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했다. 출동한 의경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외모를 비하하는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제지를 받았고, 사진을 찍는 주변 행인들에게 폭언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일요일인 지난 20일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여성단체인 ‘비웨이브’가 주최한 ‘임신 중단 합법화 촉구’ 집회에 1000명이 넘는 여성이 모였다. 이날 서울 서교동에서 집회를 한 참가자들은 “여성에게 아이를 지울 선택권을 주지 않고 낳으라고만 하는 것은 여성을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집회도 애초 500명 수준의 참가자가 모일 전망이었지만, 현장에는 경찰 추산 1000명이 넘는 여성이 모여 “출생률만 생각하고 여성을 무시한 정부 정책에 분노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도입이 무산된 임신 중단용 경구 복용 약 ‘미프진’의 재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이은 주말 도심집회에 여성 참가자가 몰린 데에는 그동안 쌓여 있던 성차별에 대한 불만이 최근 잇따른 성차별 논란 탓에 폭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은 “여성들도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여성들이 더는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면서 집회 참가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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