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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국내 외국기업들도 “한국에서 가장 힘든 건 勞편향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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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종업원 100명 이상의 주한 외국인투자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기업정책을 물은 결과 65%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을 꼽았다. 다음 순위인 조세정책(17%), 하도급 규제(8%)를 압도하는 답변이다. 일자리 창출을 가장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되는 정책 역시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증가(53%)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22%) 같은 노동정책이 꼽혔다.

외국인투자기업 상당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생산과 영업 활동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 고용의 8%를 차지하는 경제 주체의 하나인 동시에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을 세계 각국과 직접적,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들이 한국의 노동정책을 부담스럽다고 지적한 것은 더 이상 노동개혁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기업 경영 여건이 개선됐다는 대답이 25%에 그친 것은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등 노동유연성을 높인 이른바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하고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백지화하는 등 그나마 진행되던 노동개혁까지 제자리로 되돌렸다. 고용노동부는 근로 환경을 내세워 반도체 핵심공정까지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생산 저하를 우려해 아우성인데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연구개발(R&D) 분야나 납기를 맞춰야 하는 산업은 일정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정부의 고집에 산업 경쟁력까지 뒤처질까 걱정스럽다. 이러니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까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을 옭매고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결과물이 17년 만에 최악인 3월 실업률이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포기하고 산입 범위를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만큼 최저임금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친노동 또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돼 내년에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정말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면 노동계, 엄밀하게는 ‘기득권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바로잡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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