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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내 기억을 너에게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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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끼리 RNA 이식

“기억 이식 받은 듯 반응”

알츠하이머 치료 등 기대

기억도 옮겨 심을 수 있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데이비드 글랜즈먼 연구팀이 14일(현지시간) e뉴로지에 “달팽이에게 유전 정보를 포함한 리보핵산(RNA)을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보던 ‘기억 이식’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글랜즈먼 교수 연구팀은 ‘아플리시아 캘리포니카’라고 불리는 바다달팽이의 꼬리에 약한 전기 자극을 가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달팽이가 몸을 수축하는 방어 반응을 보이도록 훈련시켰다. 전기 자극을 받은 달팽이들의 수축 반응은 최대 1분 가까이 지속됐다.

연구팀은 이후 훈련받은 달팽이의 RNA를 추출해 그렇지 않은 달팽이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자극을 받지 않은 달팽이에게서 40초가량의 방어적 수축 반응이 나타났다. 훈련을 받지 않는 경우 반응은 10초 미만이다. 글랜즈먼 교수는 BBC에 “마치 기억을 이식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억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과학계의 오랜 과제였다. 일반적으로 장기 기억은 뉴런과 뉴런 사이를 잇는 시냅스에 저장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뉴런 핵 안에 있는 RNA가 기억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글랜즈먼 교수도 “기억이 시냅스에 저장된다면 우리의 실험 결과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달팽이를 실험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로 세포 및 분자 구조가 인간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었다. 달팽이는 뇌보다는 신경절로 불리는 뉴런 다발이 더 발달했다. 달팽이의 뉴런 수는 약 2만개로 1000억개에 달하는 인간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뉴런의 크기가 크고 식별이 쉬워 실험용 대상으로 적합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알츠하이머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리지트 퀴난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스트’에 “이번 연구는 RNA가 기억 연구의 ‘잃어버린 연결고리’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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