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70주년 맞아 이방카 부부·므누신 등 참석
트럼프는 영상 축하 메시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서 이스라엘 사격에 4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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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이 건국을 선언한 날, 예루살렘의 미국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의 미국영사관에서 대사관 개관식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텔아비브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지 5개월여 만이다.
환호가 넘쳤던 예루살렘과 달리, 장벽 바깥 팔레스타인 땅은 비탄과 분노만이 가득했다. 가자지구 국경지역 분리장벽에 시위대 3만5000여명이 몰렸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이날만 오후 4시까지 팔레스타인인 41명이 숨지고 16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시위대에 실탄사격했다. 전투기와 탱크까지 동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테러세력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 바로 다음날을 ‘나크바의 날’이라고 부른다. ‘재앙의날’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축제가 팔레스타인에는 재앙이었다.
개관식은 오후 4시 시작했다. 트럼프는 시온의 친구’라고 적은 걸개 위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였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부부,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800여명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각료들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상 메시지로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국가들처럼 수도를 지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신은 역사를 인정함으로써 역사를 만들었다”고 답례했다. 므누신이 벽의 푸른색 베일을 걷어내자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스라엘’이라 적힌 현판이 드러났다. 이방카는 트럼프를 대신해 “예루살렘 대사관에 처음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미국은 새 대사관 건물을 지을 때까지 이곳에서 대사관 업무를 수행한다.
예루살렘은 전날부터 축제 분위기로 들끓었다. 이날 1967년 동예루살렘 탈환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날’을 맞아 유대인 4만여명이 시내를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은 올드시티 다마스쿠스 게이트 앞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분노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던 이곳에서,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은 강하다”고 외쳤다.
트럼프는 국제사회 규범과 미국의 오랜 대외 정책까지 뒤집으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했다. 나라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스라엘은 이제야 벤구리온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환호했다. 1948년 건국을 선언한 그는 이듬해 들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라고 선포했다.
그러나 축제가 언제 어떻게 악몽으로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의 수도 선언과 대사관 이전으로 팔레스타인의 분노는 한층 더 격렬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3월30일부터 매주 금요일 가자지역 분리장벽에서 이어진 반이스라엘 시위에 무차별 총격으로 응했다. 한 달 반 동안 42명이 죽고 1800여명이 다쳤다. 개관식 당일에는 전투기를 동원해 분리장벽에 접근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전단까지 뿌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장벽으로 향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수도 라말라를 비롯해 베들레헴, 헤브론, 나블루스 등 팔레스타인 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개관식이 열린 14일을 ‘분노의날’로 규정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역에서 수많은 이들이 숨진 것을 대단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자 유혈사태에 대해 긴급 회동을 열 계획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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