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ㆍ기업가치 산정ㆍ회계기준 채택ㆍ감리 투명성 등 문제 제기”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두고, 참여연대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관계사 편입’과 ‘에피스 기업가치 산정 적정성 여부’를 다시 한번 문제삼은 것이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의 합병 적정성까지 이어지는 중대사안으로 짚어볼 문제가 많다”며 몇 가지 쟁점을 제기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 = 참여연대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달리 ‘주주간 약정’ 공시를 누락한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부터 연차보고서를 통해 에피스에 대해 49.9%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공시해온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2013년 감사보고서에서 약정을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서도 주주간 약정의 ‘존재 여부’만 간략하게 언급됐다. 이 부분을 금융감독원 역시 문제 사항으로 인정했다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회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간 약정에 따라 콜옵션을 발행해서 시장위험과 지분가격 등 변동에 따른 금융상품의 공정가치와 현금흐름 변동성 위험에 노출되나 2012~2013년에는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며 “2014년에는 콜옵션을 발행했다는 점을 주석에 기재하면서 콜옵션으로 인한 시장 위험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요구한 사항에 맞춰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나 지금이나 금융감독원은 동일하게 지적 사항을 말하고 있다"며 "정권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설명이 다르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는 참여연대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기자간담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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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가 과대 평가?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에피스의 전체 기업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본 점도 논란거리로 지목됐다. 에피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는 “향후 예상연평균이익이 각 회계연도에 소멸되는 이월결손금 및 세액공제이월액에 미달하여 이연법인세자산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법상 결손금이 발생하면, 10년간 이를 이월 공제받을 수 있다. 향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하면, 이연법인세가 회사의 자산으로 잡혀, 법인세를 줄여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피스 감사보고서에 “이연법인사자산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기재해, 에피스 스스로 향후 10년간 이익 발생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는 게 참여연대 측 설명이다.
▶ 안진회계법인의 자기감사(Self Audit)? = 안진회계법인이 지난 2016년 감사인으로 지정된 것을 문제삼는 발언도 나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5년말 에피스의 주식 가치 평가 업무를 수행했던 안진회계법인이 2016년 반기 지정감사인으로 선임돼, 자신의 평가를 근거로 작성된 회계처리에 대해 ‘감사 의견 적정’을 냈다”며 “2015년 에피스 주식에 대한 평가는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상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볼 때, 안진회계법인이 자기 감사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에서는 ‘평가’와 ‘감사’를 구분해, ‘자기 평가’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는 ‘자기감사’를 못하도록 돼 있다.
▶ 미국회계기준(US-GAAP)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는 동일? = 참여연대는 ‘미국회계기준’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모두 ‘지배력 판단 기준’이 다르지 않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을 반박했다. 바이오젠은 2015년과 2016년 연차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할 수 있는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은 ‘미국회계기준’을 적용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바이오젠 연차보고서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나온 것”이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지배력이 있지 않다”고 최근 해명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국회계기준’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모두 ’잠재적 의결권‘을 바탕으로 지배력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며 “두 회계기준의 차이로 지배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부정적으로 봤기에 유상증자에 불참? = 최근 바이오젠이 에피스 유상증자에 지속적으로 불참하고 있다는 점도 ’지배력 여부’에서 따져봐야 할 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피스는 2012년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9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중 바이오젠은 5차례 증자에 불참했고, 특히 2015년 8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2015년 8월, 2016년 12월, 2017년 6월) 증자에 불참했다. 만일 에피스의 수익성이 분명하다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유상증자에도 빠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참여했어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 측 설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초기에는 바이오젠이 에피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다가 지속적으로 손실이 나자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며 “이 부분은 금융감독원에서도 주목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 투명성 확보 필요?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 해결을 위해 금융위원회의 감리위원회 투명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아직 감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인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상장규정 관련 문제에서부터 자의적인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판단의 공정성을 높이려면 감리위원 선정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2015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을 지낸 바 있는 현재 감리위원장과 한공회 위탁감리위원장 역시 위원회 구성에서 제척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상장 규정 개정과 감리 업무를 도맡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당연직 감리위원 외에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위원들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리위원 일부가 특정 이익집단에만 공개될 경우 부작용이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감리위의 경우 증선위의 자문기구 성격이라며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또 이번 사안에 대해 ‘밀심감리’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 위원장 판단으로 공개가 가능하도록 회의 내용 규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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