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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서울도 '미분양 우려'···중도금 무이자·계약금 분할 납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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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담 낮춘 단지 속속 등장

서울 상봉·인천 중구·의정부 등

계약금 분양가의 5%로 최소화

전매 단축·발코니 확장 무료도

서울에 '준공 후 미분양' 523가구

전국은 1.8만···15개월 연속 증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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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와 정치 불확실성으로 식어가는 청약 열기에 미분양 공포가 고개를 들자 수요자들의 금융 부담을 낮추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방뿐만 아니라 입지 조건이 좋은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단지들도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나 계약금·중도금 최소화 등의 조건을 내거는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중랑구 옛 상봉터미널 자리에서 분양 중인 ‘더샵퍼스트월드’는 전용 면적 39·44㎡ 주택형에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제공한다. 중도금 무이자는 보통 미분양이 우려되는 단지들이 청약자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쓰는 카드로 서울 단지에서는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등장한 것이다.

전용 98·118㎡ 등 대형 주택형에 대해서는 청약 당첨 시 초기 납부해야 하는 계약금을 분양가의 10%가 아닌 5%로 책정했으며 이마저도 1차에 5000만 원만 내고 이후 30일 이내에 나머지를 내도록 해 부담을 낮췄다.

다만 이 같은 금융 조건에도 전날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 결과 전용 39㎡A와 98·118㎡ 주택형에서 모두 미달이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의 한 관계자는 “높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청약 심리가 위축됐다”며 “일단은 예정대로 하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DL건설이 인천 중구에 분양을 시작한 ‘e편한세상 동인천 베이프런트’ 단지도 초기 계약금 5%, 중도금 대출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을 파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계약이 100%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건설이 경기 의정부시에 9월부터 분양 중인 ‘의정부 롯데캐슬 나리벡시티’ 단지도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1차 계약금 1000만 원 정액제와 계약금 5% 무이자 신용대출 지원 등의 혜택을 지원하고 있으나 여전히 물량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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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은 올해 2월부터 경기도 이천시 안흥동에 분양 중인 ‘이천 서희스타힐스 스카이’ 단지의 미분양이 계속되자 기존 10%였던 초기 계약금 비율을 절반인 5%로 낮췄다. 나머지 계약금 5%는 4회에 걸쳐 나눠 내도록 했으며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대출 받을 수 있다. 경기 파주시에 건설한 ‘GTX운정역 서희스타힐스’도 중도금 대출 무이자는 물론 발코니 확장까지 무료다.

일부 단지들은 당첨 후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기도 한다. 10월 효성중공업이 대전 서구에 공급한 ‘둔산 해링턴 플레이스 리버파크’는 전매 제한기간을 6개월로 정해 1차 중도금을 납부하기 전 매도가 가능하다. 지역 내 실수요뿐만 아니라 외지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당초 현대건설이 이달 분양 예정이었던 경기도 의정부시 ‘힐스테이트 회룡역 파크뷰’는 얼어붙은 시장 상황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내년 1월에도 진행될지 미지수다. 이 단지 역시 초기 계약금을 전체 분양가의 5%로 책정해 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이 잇따라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분할 납부 및 최소화 혜택을 내거는 것은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으로 최상위 입지를 제외하고는 미분양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 7262가구) 대비 1045가구(6.1%) 증가한 1만 8307가구로 2020년 7월(1만 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로 집계됐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이 1만 4464가구, 수도권이 3843가구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3702가구)다.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은 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서울 준공 이후 미분양은 총 523가구다. 이는 서울 전체 미분양(917가구)의 절반을 넘는 57%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08가구)보다 28.2%(115가구) 늘었고 2021년(55가구) 이후로는 최대치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가 251가구로 가장 많고 강서구(145가구), 광진구(33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1차 계약금을 받고도 분양 과정이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중간에 이탈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든 완화든 탄핵 정국이 끝나고 방향성이 잡혀야 시장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텐데 현재는 불확실성이 커 미분양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금융 혜택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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