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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물질 만능의 이 시대를 일깨우려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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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삶과 정신 담긴 노트와 미발표 원고 책으로 내고

산방과 유품 담은 사진집도 출간…학고재갤러리선 전시회도 열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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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법정 스님(1932~2010)의 삶과 글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스님의 삶과 정신을 담은 책과 사진집이 출간되고, 전시회도 마련됐다.

무소유의 진정한 가치와 정신, 그리고 이 시대를 향한 스님의 금강석 같은 가르침이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2010년 입적하면서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뜻에 따라 스님 관련 출판물의 절판이 이뤄진 지 8년 만이다. 스님의 후학들이 “물질 만능의 전도된 가치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스님의 청빈과 무소유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소중하게 간직해온 육필 원고, 유품들을 무겁게 내보이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책 <간다, 봐라>(리경 엮음·김영사)는 스님의 사유 흔적이 가득한 노트와 미발표 원고, 오대산의 화전민 오두막이자 스님의 마지막 거처이던 ‘수류산방(水流山房)’에서 쓴 산중 일기 등으로 엮었다. ‘간다, 봐라’는 스님의 임종게(고승들이 입적할 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나 글)에서 인용했다. 2010년 3월 스님은 입적하면서 “분별하지 마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는 임종게를 남겼다. 스님의 사유 노트와 일기, 메모에선 수도자로서의 치열한 수행과 공부, 또 깊은 사유가 절절하게 묻어난다. 수류산방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 물소리, 풀꽃, 나무, 바위, 하늘과 구름, 장작패기, 밥짓기…, 이 모두가 스님에겐 수행이자 벗이자 스승이었다. 간명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 스님 글의 ‘뿌리’를 비로소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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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해지는 자신을 다그치고, 또 열심히 정진하자고 다짐하는 육필 원고에선 노스님의 정겨운 모습까지 그려진다. 스님이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할 당시 쓴 사회참여적인 시 ‘쿨룩 쿨룩’ ‘1974년의 인사말’ ‘어떤 몰지각자의 노래’ 등 3편도 처음 공개돼 실렸다. 향봉·구산 스님과 함석헌 선생·김수환 추기경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 지인들이 간직해온 일화들도 부록으로 엮였다. 책의 바탕이 된 원고들은 수류산방을 마련하고, 스님과 교유하며 입적까지 함께한 불자 부부(리경·덕전)가 간직해온 것들이다.

사진집 <이 밖에 무엇을 구하리>(리경 엮음·김용관 사진·김영사)는 스님의 삶과 정신이 밴 수류산방의 공간, 심미안이 돋보이는 유품들, 그리고 서화 작품을 컬러 사진으로 담아냈다. 사진가 김용관이 스님이 거처하던 수류산방 안팎의 여러 공간과 유품들, “남은 먹으로 붓장난했다”는 서화 작품 등을 130여점의 사진으로 담아냈다. 김용관 사진가는 “선명하고 반듯하게, 가장 기본적인 저의 역할만 했다”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스님의 유품 전시회는 학고재갤러리(서울 삼청동)에서 22일까지 열린다. 지난 11일 개막한 전시회는 법정 스님의 정신을 체감할 수 있는 자리다. 헌다의례를 한 금강 스님(미황사 주지)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 우리 모두가 되새길 그 정신이 오롯하게 담긴 청정한 전시회”라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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