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北 핵실험장 폐기는 증거인멸, 암 수술하는데 다시 배 덮자는 것"
- 北 핵실험장 폐기, 비핵화 첫 단추이자 증거인멸... 가장 중요한 핵자료가 세계인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
- 사찰하기도 전에 현장 자체 증거 인멸, 애석하다
- 문제는 2번 갱도, 30년, 2만 면 가야 하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그대로... 암 수술하는데 배 다시 덮자는 것
- 핵탄두를 북한 국경선 바깥으로 보내는 게 비핵화, 사실 이건 하나마나... 불용 처분한 것을 생색내는 것
-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합리적 의심하는 게 맞아
- 어딘가 화강암으로 쌓인 암반구조 있을 수도
- 우라늄의 경우 북한 당국 정직하게 자수하지 않는 한 알길 없어, 첩첩산중
- 청와대, 완전히 무방비상태... 권투선수 주먹 내려버려, 지하시설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 핵 기술자는 미래 핵, 답이 없다... 상황 바뀌면 3주면 재무장 충분
- 미래 핵 없애는 건 기술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5월 14일 (월요일)
■ 대담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내 모든 갱도를 폭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이전 비핵화 선제적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전문가 참관은 배제돼 있어,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실질적 검증이 될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대 서균렬 원자핵공학과 교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이하 서균렬)>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일단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는데, 북한의 이 같은 조치, 의미는 어떻게 보십니까?
◆ 서균렬> 일단 비핵화, 소위 핵을 한반도에서 없애겠다는 첫 단추라고 보이긴 합니다. 또 동전의 양면처럼 핵 시험장 또는 실험장이야 말로 무한한 핵자료가 현존하는 곳인데요. 그것을 서둘러서 없앤다는 것은, 또 한 가지는 아직까지 전문가 초청이 없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증거인멸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핵자료가 세계인의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 이동형> 서방세계 기자들도 다 불렀는데 전문가는 왜 초청 안 했느냐.
◆ 서균렬> 저도 며칠 밤을 지새웠는데요,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데 허망하게 됐죠. 사실 이건 홍보성 행사라고 하기보다 사찰의 첫단계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사찰 하기도 전에 현장 자체가 인멸되는 거라서 상당히 애석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 이동형> 핵실험장 폐기한다는 것,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한꺼번에 폭발시킨다는 겁니까, 아니면?
◆ 서균렬> 일단 발표문은 아직 모호한데요. 모든 갱도들이라고 했으니 아마 1, 2, 3, 4. 그러니까 동, 북, 남, 서쪽일 겁니다. 문제 되는 것은 2번, 북측인데요. 북한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다섯 차례 실험이 됐고 6차 실험은 히로시마 폭탄의 아마도 10배, 외국에서는 20배라고 하는데요. 생각해보세요. 그게 안에서 터졌단 말이죠. 내부는 어떨까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겠죠. 온도가 1억도로 올랐다가 내려갔습니다. 이제는 다 식었겠죠. 거기에는 방사성 물질뿐만 아니고 앞으로 30년 가는, 2만 년 가야 하는 플루토늄이 그대로 있고 우라늄이 그대로 있습니다. 그대로 두고 닫힌다는 것은 암 수술하는데 이것 너무 늦었구나, 다시 배를 덮자는 것처럼 하는 거죠. 언젠가 다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그래서 다 거둬낸 다음에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서둘러서 하는 것인지 조금 북한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 이동형> 북한에서 말하는 폐기를 하면 핵 실험장이 정말로 폐기되는 건가요?
◆ 서균렬> 그렇게 보셔야죠. 일단 파쇄가 됐든 파괴가 됐든 또는 나중에 밀봉이 됐든, 물론 밀봉은 아닌 게 좀 낫습니다, 파괴를 하면. 그렇지 않아도 산이 피로해 있는데 여진도 있었고요. 어떤 다이너마이트라도 터지면 안 될 겁니다. 터진 다음에는 밀봉을 해야 하는데 그랬을 때 과연 그 안에 있는 물질들이 그대로 있을 것인가. 물론 있겠죠. 지상으로 나오는 건 없겠지만 지하로는 들어갈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는 조치를 조금 더 취해서 시간을 벌어서 국제 제재를 풀어서라도 국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 하는데.
◇ 이동형> 후에 또 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 서균렬> 그렇죠. 그래서 사실 중요한 건, 핵탄두를 북한의 국경선 바깥으로 보내는 게 비핵화이지 사실 이건 하나마나한 거죠. 어떻게 보면 북한 기술이 많이 발전됐기 때문에 더 이상 쓸 필요가 없는 것을 그냥. 10년 전 기억하시죠? 냉각탑을 그냥 폭파했습니다. 어차피 못 쓸 거였거든요. 물론 지금같은 경우 3번, 4번은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건 앞으로 소형화, 경량화를 다 했다는 마당에 필요가 없거든요. 이제는 필요가 없는 시점이 된 거예요. 불용 처분한 것을 국제사회 앞에서 생색낸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국제사회가 절대 거기에 넘어가선 안 되고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 이동형> 일단 비판적 눈으로, 의심의 눈으로 봤으면 한다.
◆ 서균렬> 합리적인 의심이기에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게 맞습니다.
◇ 이동형> 저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핵 실험장 폐기하고 다른데 또 만들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 서균렬> 그렇습니다. 충분히 가능하고요. 특히 북한은 갱도, 땅굴이라고 하면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하면 서럽죠.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이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 건, 또 합리적인 의심을 해서 어딘가 화강암으로 쌓인 암반 구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없애고, 전에 그랬기 때문에 영변에 있는 원자로 다시 돌렸습니다. 똑같은게 지금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러한 걱정을 하게 되는 거죠.
◇ 이동형> 그러면 프로세스가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다음에는 미국이나 유엔이 원하는 IAEA나 사찰단, 언제든지 가서, 우리가 원할 때 들여다보겠다. 이 정도는 받아줘야 국제사회가 믿을 수 있는 것 아니냐.
◆ 서균렬> CVID와 같은 복잡한 수식을 쓰는데 간단합니다. 이건 강제 사찰을 받아야 할 것이며 무한 접근을 허용해야 합니다. 이 두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들어갈 게 핵실험장이거든요. 자료의 보고란 말이죠. 그 대상 하나가 그냥 없어지는 거죠. 세계인 눈 앞에서. 그런 점에서는 사실 미래 핵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 하나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가버린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애석합니다.
◇ 이동형> 교수님은 북한이 결국 미국이나 각종 사찰 압력에 응할 거라고 보십니까?
◆ 서균렬> 응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문제는 이건 사실 응하나 마나 하게 된 거죠. 어차피 없애버렸는데요. 그 다음에는 뭐가 될까요? 핵물질이 될 겁니다. 우라늄이든 플루토늄이든. 이제 이것을 가지고 타협해야 하는데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라늄의 경우 북한 당국이 정직하게 자수하지 않는 한 국제 사회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도 한계가 있는 거죠. 앞으로 첩첩산중이에요.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중간선거가 있고 재선해야 하니까 2020년까지, 그때까지 하기엔 너무 버겁습니다. 어떤 가정이 있느냐면, 북한이 전체 100% 자기 치부를 모두 드러냈다고 할 때 가능할까 말까 한 얘기입니다. 그럴까요?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결국 국한적으로 아마 제한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이동형> 저도 불안한 게, 처음이 아니고요. 지난 번 20년 전에도 북한과 미국이 협상해서 미국 IAEA나 사찰단 들어갔는데 약속한 곳 다른 곳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또 한 번 시끄러워져서 엎어진 적 있지 않습니까.
◆ 서균렬> 그렇습니다.
◇ 이동형> 양국이 다 신뢰하지 않는 점도 있기 때문에 제대로 과연 쭉 이뤄질까. 이런 걱정이 있단 말이죠.
◆ 서균렬> 가야되겠죠. 레이건 대통령이 한 것처럼 믿어라, 그렇지만 봐야겠다. 보여주려면 먼저 전부 허용해야 하는데 그것을 굳이 할까, 아닐 거란 말입니다. 왜냐면 지하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요. 그게 백 군데가 아니고 천 군데도, 만 군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다 펼쳐놓은 거죠. 그중에 우리가 백 개를 봤을 때 나머지 9천9백 개 어떻게 합니까? 그게 앞으로 부메랑처럼 우리나라, 미국에 돌아올 수 있으니 그때를 우리는 대비해서 미리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절대 경계 태세를, 지금 청와대도 그렇고 완전히 권투선수가 주먹을 내려버렸어요. 무방비상태입니다. 다시 올려야 합니다. 지금부터 북미 또는 미북 회담이 끝나더라도 분명히 뭔가 타협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원하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 수도 있다.
◇ 이동형> 청와대는 2020년까지 핵폐기를 완전하게 하겠다는 계획인 것 같은데요. 혹시 이런 건 어떨까요? 핵은 사찰도 받고 다 폐기했는데 기술자들은 그대로이지 않습니까.
◆ 서균렬> 소위 아킬레스건인데요. 미래 핵이란 말이죠. 가장 중요한 게 인력입니다. 그리고 자료입니다. 자료도 파기할 수 있죠. USB 다 지워버리고 태워버리면 되겠죠. 문제는 사람 머리에 남아 있단 말이죠. 정예 과학자 250명, 기술자까지 하면 1만 명에 가깝습니다. 사진 찍은 것 보셨죠? 그건 일부입니다. 빙산의 일각이죠. 이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합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불가능해요.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전업시킨다고요,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일 할 게 없습니다. 북한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이 사람들의 고급 지식을 활용할 만한 분야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주를 시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마 남한으로는 안 될 겁니다. 어디로 갈까요? 미국으로 갈까요, 프랑스로 갈까요. 미국이 원자력 합니까, 프랑스 원자력 합니까. 다 접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자가당착이고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 된 거죠. 답이 없어요. 보이지 않는 거죠. 그래서 미래 핵을 없앤다. 특히 핵 인력을 이주시킨다, 이건 말로는 그렇게 들리지만 이 사람들 어떻게 합니까. 결국 이 사람들이 러시아, 방글라데시로 갈까요. 제3국으로 갈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사람들 북한에 두고 무언가 우리나라와 원자력 발전을 가지고 만나든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전시킨다는 건 비현실적이고요. 미래 핵은 절대 없어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 결심하지 않습니까? 석 달이면 충분합니다. 아마도 3주면 충분해요. 다시 재무장할 수 있다는 거죠. 우라늄 원광이 그대로 있거든요. 거기에 수만 톤일 겁니다. 그것을 어떻게 다 들어냅니까. 광석을 다 들어냅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미래 핵을 없애는 건 외교적 수사만큼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 이동형>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서균렬> 네, 고맙습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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