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신속 과감하게… 북에 ‘비핵화 보상 1+1’ 내민 미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미 “폐기한 핵무기 오크리지로”

“투자+체제보장” 대가 구체화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6월12일 싱가포르’로 확정한 뒤 본격적인 의제 협상에 돌입하며 미국의 협상 전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북한이 핵무기 반출 등의 ‘과감하고 신속한 비핵화 조처’를 하면, 미국도 민간 투자 및 안전 보장과 관련해 ‘과감하고 신속한 상응 조처’를 취하겠다는 ‘빅 딜’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볼턴 “기존 핵 미국 가져오고
우라늄 농축·재처리 능력도 제거
미신고 시설까지 모두 검증해야
미국이 직접 핵무기 해체할 것”
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도 의제로


미, 상응 조처로 제재 완화 등 ‘당근’
폼페이오 “민간자본 직접 투자 가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시비에스>(CBS) 방송,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에이비시>(ABC)와 <시엔엔>(CNN) 방송에 나와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미국 쪽 입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볼턴 보좌관은 먼저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 “(완전한) 비핵화 결정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핵’이라 불리는 기존 핵무기의 전면 폐기와 미국 반출을 요구한 것이다. 이 문제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이자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그동안 “(적에게) 무기고를 보여줄 순 없다”며 기존 핵무기를 북한 안보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여겨왔다.

미국은 기존 핵무기 반출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이에 대한 북한의 동의를 이끌어 내 정상회담 합의문에 넣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것(완전한 비핵화)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북의 핵계획도 제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핵과 미사일 시설의 모든 위치를 공개할 것과 이 시설에 대한 개방적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북한에 촉구했다. 검증 방법과 관련해선 농축과 재처리 시설 등 현재 진행 중인 핵계획에 대해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역할”을 하고, 이미 완성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아마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무기 해체에는 참여할 수 없으며, 핵보유국인 유엔 안보리 5개국만 권한이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납북 일본인 문제 등도 의제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비핵화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그동안 비핵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넘어선 의제 확대에는 강하게 반발해온 점을 고려하면, 또다른 쟁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어 북한이 통 큰 비핵화에 응하면 얻을 수 있는 상응 조처로 ‘한국만큼 잘살 수 있도록’하는 경제 번영과 체제 안전 보장 계획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의 기업인, 모험 기업가, 자본 공급자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들과 이들이 가져올 자본을 (핵 포기 대가로)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통해 미국 민간자본의 대북 직접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는 “미국 납세자의 돈을 지원할 수는 없다”며 미국 연방정부의 직접 재정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들(북한)은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고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특히 미국의 농업과 기술이 북한을 지원하면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런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당근’은 안전 보장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연히, 우리는 확실하게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지난 25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교환적 성격의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미국 대통령도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정말로 이 문제(안전 보장)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며 과감한 안전 보장을 북한에 약속할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과거와는) 다르고 크고 특별해야 하며, 예전에는 없었던 뭔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과감하고 신속한 교환’이라는 큰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핵화와 이에 대한 상응 조처의 순서와 관련해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의) 이행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이행이 일어날 때까지는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완전화 비핵화’에 대한 검증까지 마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핵무기 반출 시점 등에 맞춰 북-미 수교 및 제재 완화나 해제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워싱턴 소식통은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