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좌파 반체제 정당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와 반유럽 극우정당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는 13일(현지시간) 북부 밀라노에서 만나 연정협상을 타결했다. 올해 3월4일 치러진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33%를 득표해 원내 1당이 됐고, 우파연합에 참가했던 동맹은 17%를 얻었다. 이탈리아 의회는 어느 세력도 과반 지위를 얻지 못한 헝(hung) 의회가 됐고, 이후 약 10주간 지루한 연정협상이 이어졌다. 협상을 타결한 양당 대표는 14일 마타렐라 대통령을 방문했다.
양당 대표는 주요 정책에 타협안을 마련했으나 총리 후보는 정하지 못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원내 제1당임을 내세워 자신이 총리를 맡겠다고 했고, 살비니 대표는 최다득표를 한 우파연정을 대표하므로 자신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양 당은 제3의 후보를 총리로 추천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연정 협상의 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EU의 이민정책에 반대한다는 점 이외에 양당의 정체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오성운동은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 복지 확대 등이 기본정책이다. 반면, 동맹은 법인세 감세 등 친 기업 정책이 기조다. 세입은 줄이면서도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과정에서 오성운동의 기본소득 도입, 동맹의 15% 단일세율 도입 등 절충안이 채택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 밖에도 양당은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민주당이 도입하기로 했던 노인연금 수급개시연령 연장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불법 난민 저지, 러시아 제재 반대 등에도 합의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하는 국가부채로 유로존 국가 중 그리스와 함께 재정건전도가 가장 나쁜 나라인데, 포퓰리즘을 표방한 집권세력의 등장으로 건전재정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양당은 선거 전 긴축 재정을 요구하는 EU에 대해 “이탈리아 경제를 질식시킨다”면서 확대재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반발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어떻든 두 당의 결합은 고비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당의 연정협상 타결소식이 전해진 14일 오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0.3% 상승, 시장에 큰 충격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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