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性대결에 물든 '홍대 몰카'…"여전한 차별이 낳은 논리비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女 "男 피해 입자 신속한 구속수사" vs 경찰 "몰카범죄 95% 검거"

전문가 "여성 인권 불감증이 반발 키워…그렇다고 차별만 강조해선 갈등만 키워"

뉴스1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제공)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나체사진 유포 사건' 수사를 놓고 여성계가 '성(性)차별적 편파 수사'를 주장하면서 몰카 범죄가 남녀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몰카 범죄'는 범행 장소와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속도가 더딘 범죄로 꼽히지만,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불과 10일 만에 긴급체포되고 12일 만에 구속되는 등 수사 속도가 유난히 빨랐다는 게 논란의 배경이다.

특히 여성계는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수사가 빨랐다"고 주장하면서 "가해자가 여성이라서 구속했고 피의자의 초상권까지 침해한 편파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은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모든 수사는 신속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여성계에 주장에 대해 '논리 비약' 혹은 '분노표출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남녀 갈등이 이번 사건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차별만 강조해선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뉴스1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뒤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 모델 안모 씨(25). 2018.5.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남성이라 수사 빨랐다…경찰수사서도 女는 乙"

'성차별 편파수사 논란'은 지난 10일 피해 남성모델의 동료 여성모델 안모씨(25)가 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촉발됐다.

용의자로 특정된 안씨가 긴급체포되면서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라는 이름의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회원은 나흘 만에 2만명 넘게 불었다.

오는 19일 오후 규탄집회를 예고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모금에도 나섰다. 이미 8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이 모였다. 집회 참여자는 오직 여성만 가능하다. 드레스코드도 '여성의 분노'를 상징하는 빨간색 복장이나 물건으로 정했다.

이들은 '몰카 범죄의 피해자 중 남성은 1.2%에 불과하고 여성은 98.4%에 달하는데,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여성일 때는 잠잠하다가 남성 피해자가 나오자 신속하게 구속수사를 했다'며 '명백한 성별 편파수사'로 규정한다.

다음 카페에서 시작된 규탄 운동은 여성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안씨가 몰카 사진을 최초로 유포한 커뮤니티 '워마드'는 물론 트위터를 통해서도 편파수사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경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1일 올라온 이 청원에 불과 사흘 만에 31만여명이 동의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실장은 "여성 인권에 대한 불감증은 경찰 수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같은 몰카 범죄라도 여성과 남성에 대한 '무게'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어째서 여성 피의자를 언론 포토라인 앞에 세웠느냐"고 반문한 이 실장은 "여성 인권에 대한 고려가 현저히 낮은 경찰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또 "최근 2~3년 동안 몰카 범죄를 저지른 남성 피의자가 구속된 사례가 있느냐"며 "법적 기준에 따라 남녀가 공정하게 처분받지 못하니까 여성들이 어떻게 침묵하겠느냐"고 말했다.

뉴스1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사에 성별 어딨나"…몰카범죄 검거율 94.6%

경찰은 "성별의 차이는 수사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며 "사건마다 수사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범행 장소나 참여한 사람이 특정됐던 사안"이라며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하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경찰청이 발표한 '2016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몰카범죄(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검거율은 94.6%, 음란물유포 범죄 검거율은 85.6%에 달한다.

이중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적발된 피의자 4491명 중 구속수사를 받은 피의자는 135명(3%)에 불과하긴 하다.

하지만 전체 몰카범죄 피의자 중 무혐의·죄 안됨·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기소를 면한 피의자는 불과 9%(434명)뿐이다. 나머지 91%(4057명)의 피의자는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남성 피의자는 기소유예로 무죄다'라는 여성계의 주장과 달리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가 기소유예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 마포경찰서도 성차별 편파수사 논란에 대해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러 피의자를 천천히 잡을 수는 없다"며 "피해자나 피의자의 성별은 수사 속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사건이 쌓여있는데 하나라도 빨리 수사하는 게 좋지, 왜 수사를 안 하고 붙들고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번 사건은 범행 현장이 특정됐고,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도 특정됐기 때문에 빠르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몰카 범죄 피의자 구속 비율이 낮은데 이번 여성 피의자를 구속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증거인멸을 하고 허위진술을 한 정황이 뚜렷해 구속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에 사용한 아이폰 기록을 모처 PC방에서 삭제한 뒤, 한강에 던져 증거를 인멸했다. 경찰에는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분실했다"며 다른 휴대전화(공기계)를 제출했다.

이어 워마드 관리자에게 메일을 보내 "IP주소와 로그기록, 활동내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애플 본사에도 "아이클라우드(i-cloud) 기록을 지워달라"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씨가 수사망을 피하고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거짓진술을 한 점,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린 점 등을 토대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안씨를 긴급체포했다. 법원도 '증거인멸의 염려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안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 "남녀평등 절실하지만…'차별'만 강조해선 안 돼"

전문가들은 "홍익대 남성모델 나체사진 유출사건은 일반 몰카범죄가 아닌 '복수범죄'의 일종인데 여성계가 성(性)차별 논리를 비약적으로 접목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여성들이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속사정, 즉 우리 사회에 여전한 남녀 차별의 문제점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홍대 몰카 사건은 '몰카범죄'보다는 '복수범죄'로 분류해야 한다"며 "자리다툼을 벌인 여성 모델이 남성을 모욕하기 위해 몰카라는 행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를 향한 가해자의 성적 욕구가 범죄 형태로 분출되는 일반 몰카범죄와 달리 '홍대 몰카 사건'의 본질은 한 개인에 대한 개인의 '앙갚음'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교수는 "경찰의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여성계의 주장은 다소 논리 비약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높아진 만큼 골도 깊어진 남녀 차별에 대한 분노가 논리 비약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분명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여성의 인권이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며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표출된 여성권리 운동의 일환"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편파수사로 규정하는 움직임에는 이번 사건 자체를 겨냥한다기보다, 여성이 피해자인 다수의 몰카 범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를 해달라는 요구가 녹아 있다. 성 감수성이 부족한 일부 수사관들의 언행으로 여성 피해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또 한번 좌절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오는 19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계획하는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우리는 항상 몰카범죄에 노출됐고 신고를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물론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교수는 "이 운동의 목적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제대로 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차별'과 '불평등'을 호소하는 것에 그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dongchoi89@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