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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싱가포르 르포] 입단속 들어간 北대사관…"인터뷰 접수하지 않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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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2 美北정상회담 ◆

매일경제

미·북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낙점된 직후 한국 취재진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은 발표 나흘 만인 14일 접근을 통제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양 정상 간 역사적 만남을 앞두고 말을 최대한 아끼려는 모습이다. 회담 장소와 시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억측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4일 오전 싱가포르 시가지인 노스브리지가 1번지 주상복합건물 하이스트리트센터빌딩 15층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방문했다. 불투명한 유리로 된 문을 두드리자 약 20초 후에 김일성 배지를 단 30대 중반 북한대사관 남성 직원이 응대했다. 신원을 밝히며 인사를 건네자 "(인터뷰) 접수를 하지 않습니다.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문을 닫았다. 이날 오전까지 북한대사관에 출근한 사람은 이 직원이 유일했다. 북한대사관 문 밖에서는 대사관으로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가 들렸지만 이 직원은 전화를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직원은 출근하면서 "사전에 약속은 하고 오셨느냐. 이메일이 있으니 그리로 사전 약속을 하라"고 했지만 만남이나 인터뷰를 위한 사전 전화 신청을 받지 않았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십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방문하자 북한대사관 직원도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대사관 측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주말은 한 달여 남은 미·북정상회담 사전 준비를 위해 북한대사관도 주말에 출근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13일 방문한 결과 북한대사관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업무를 보지 않았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북한대사관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 취재진 질의에 일일이 답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등 서기관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지난 12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등 유연하게 행동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태도가 바뀐 것에 대해서 대사 차원의 지침이나, 북한당국의 방침이 내려왔다는 관측도 있다. 김철남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오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북한대사관은 건물 관리인을 통해 국내외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도 건물 1층과 15층에 경비원이 각각 1명씩 배치돼 취재진 접근을 막았다. 다만 늦은 오전부터는 경비원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지 조간신문에서도 미·북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보이지 않았다. 12일 토요일자로 2개 면을 할애해 미·북정상회담을 소개했던 유력 일간지 '스트레이트타임스'는 14일에는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싱가포르 언론은 철저하게 당국의 지침을 받기 때문에 회담 장소 등에 대한 억측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또 다른 미·북정상회담 장소로 꼽히는 센토사 섬을 방문해본 결과 가족 단위 관광객이 주로 찾는 리조트는 회담 장소로 적합하지 않았다. 중소 규모 호텔은 이용이 가능해 보였다. 센토사 섬 남쪽에 위치해 경호가 용이한 더블유(W)호텔도 회담 장소로 꼽힌다고 한다. 다만 해당 호텔 직원은 "이와 관련해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센토사에는 탄종 골프클럽이 위치해 있는데 극적으로 두 정상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양 정상이 기존 창이국제공항과 파야 레파 공군기지 외에 셀레타(Seletar) 공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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