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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서울대 총학, 김일성종합대와 학생교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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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일성종합대학과 교류를 추진하는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왼쪽)과 최승아 6·15 연석회의 의장.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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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이 북한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와 교류·협력을 추진한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평양과학기술대 총장이 남한을 찾는 등 최근 남북 관계에 불고 있는 훈풍이 대학가로도 번지고 있다.

14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6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를 열고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총운위는 총학생회장과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학내 대표 의사결정기구다. PD(People Democracy·민중민주주의)와 더불어 학생운동의 양대 축 중 하나인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계열 단체인 '6·15 남북공동선언 지지·이행을 위한 범서울대인 연석회의'가 제안한 이 안건은 이날 참석자 11명 중 과반의 지지(찬성 7명, 기권 3명, 반대 1명)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도 같은 안건이 총운위에 상정됐지만 당시엔 찬성이 과반에 못 미쳐 부결됐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학내 여론도 전향적으로 돌아섰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인 신재용 씨(24·체육교육과)는 "지난달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일성종합대와 교류하는 데 대해 학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이라는 판문점 선언 제목에서처럼 이 시기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서 남북을 대표하는 대학 간 교류는 통일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구성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오는 17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에서 결성식을 연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최승아 서울대 6·15연석회의 의장(22·간호학과)이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으며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명도 지도교수로 참여한다. 통일부 승인을 받는 대로 김일성종합대 측에 본격적인 교류·협력 논의를 제안할 계획이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서울대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를 방문해 3박4일간 두 학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일본 문제 토론회, 평양 문화유적 답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군 위안부 등 일본 문제는 남북이 공유하는 아픈 역사이자 결국 언젠가는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최 의장은 "북한에 남아 있는 고조선과 고구려 문화유적지 탐방은 역사학계에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서울대 학생들 방북이 성사된다면 분단 이후 대학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조만간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 간 교류 논의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이후 30년 만이다. 정치 체제와 무관한 순수 학문 분야의 상호 교류는 남북한 학문 세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교수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종암 서울대 우주항공공학 전공 교수는 "북한은 우주항공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강점이 있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한 국가들에 체제 전환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학문 분야가 경제·경영이었다"며 "두 대학 간 교환학생을 통한 상호 학점 이수가 이뤄진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공부하고자 하는 북한 대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최근 남북 간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대학 간 교류·협력 물꼬도 트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였던 지난달 말에는 전유택 평양과학기술대 총장이 전남대, 한동대, 강원대를 차례로 찾아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숭실대는 최근 '평양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화여대와 배재대 역시 북한에 분교를 설치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북·미 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이 마무리되면 대학 간 교류·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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