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칼럼]안병학의 세상이야기"계분이 유일한 거름으로 존재하는 농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뉴스

안병학 칼럼리스트 봄여름의 파종기가 되면 온 밭에는 어김없이 계분이 트랙터의 굉음과 함께 살포되어 닭똥의 고약한 냄새가 미세번지 바람과 함께 사람들의 코를 못살게 만든다.

감자, 배추, 고추, 무, 양배추, 브로콜리 할 것 없이 모든 농작물의 공통의 퇴비는 이 계분으로 일괄 통일이 되었고, 퇴비의 다양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이 획일화 되었다. 이 많은 계분 거름은 대체 어디서 왔는가? 대한민국의 양계장이 얼마나 많기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거대한 트랙터가 쉴 새 없이 밭을 헤집으며 계분을 토양에 뿌려대고 있는가! 계분이 주는 퇴비의 효용성이 얼마나 되기에 퇴비는 이렇게 닭똥으로 단일화 되고 단순화 시켜 놓았는지, 계분의 마케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외양간에서 생성 혼합된 거름인 두엄은 다양화를 이루고 있었고, 거름의 종류에 따른 효용성도 있었기에 작물별로 차등된 거름이 토양을 윤택하게 가꾸는데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귀한 존재였다.

과거의 거름은 인분이 주를 이룬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변소에서 퍼낸 인분을 왕겨와 섞어 비닐에 덮어 숙성 시키는 과정을 코를 싸매며 본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농촌의 풍경이었다.

농촌의 긴 겨울은 마실 을 빼 놓을 수 없다. 인정이 많던 농촌은 보리개떡, 감자떡, 메밀국수 등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음식을 만들어 이웃을 초청한다. 그 이유는 이 거친 먹을거리를 먹고 우리 집 변소에 두둑하게 대변을 볼 수 있게 하며, 자연적으로 인분거름을 확보하기 위함 이기도 하다. 그러나 얌체이웃은 잔뜩 배를 채우고는 자기 집에 가서 대변을 누어 본인 밭의 거름을 만든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과거의 거름은 인분만이 아니다. 온 동네 사람들의 공통의 행사는 품앗이 퇴비 행사다. 마을 사람들이 풀을 베어 작두에 썰어 퇴비장에 가득 재워 놓으면, 퇴비가 발효되어 뿜어나는 수증기 향기가 예사롭지 않으면서 최상의 거름으로 논밭을 기름지게하고 작물에 양질의 양분을 공급하였다.

외양간엔 한두 마리의 소를 키우며 일소로 유용하게 사용하던 풍경은 그렇게 멀지 않다. 이 외양간에서 나오는 소똥은 왕겨와 볏짚과 혼합 발효되어 질 좋은 퇴비의 완성품 중 하나였다. 그 외 아궁이에서 나온 재, 탈곡하고 나오는 각종 잡곡부산물 등 거름의 종류는 다양성과 과학의 지혜가 있었다. 토양은 수많은 미생물의 작용으로 작물별 필요한 용도에 따라 퇴비를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저장되어 땅을 풍요롭게 한다.

곡물사료인 옥수수를 먹고 사육되며, 이 옥수수 찌꺼기를 배설한 계분이 지금과 같이 일목요연한 거름으로 단일화 된 배경을 어떻게 이해를 하여야 할까? 물론 엄청난 노동력을 수반하는 자연에서 얻는 싱싱한 풀을 베어 삭혀낸 거름을 사용하자고 할 수는 없다.

밭에서 어김없이 마구 퍼부어 대는 이 닭똥 거름이 토양과의 조화, 품목별 작물과의 조화는 얼마나 좋은 호흡의 구성을 이룰지 자못 궁금하다. 계분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계분을 사면 무료로 밭에 뿌려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농촌엔 두 가지 현수막이 존재한다.

“거름 무료로 뿌려 드립니다,” “ 들녘까지 백반 배달하여 드립니다.” 달라진 농촌의 풍경만큼이나 거름과 중식과 참은 이제 고도의 상업이 되었다. 단순화 되고 단일화된 계분거름이 토양을 거름지게 하고 작물을 살찌게 할지가 못내 궁금하지만 농촌의 파종기가 되면 이 계분에서 발생한 악취가 먼 곳까지 날아다녀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주어 민원도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봄 축제의 대명사인 봄꽃의 수려함과 꽃향기를 담으려는 관광객이 오히려 고약한 계분에 머물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의 계분 경제활동을 민원이 제기 된다고 행정당국에서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계분 거름을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농업인은 반기고 저극 활용한다. 하지만 장래엔 퇴비의 다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토양의 결핍이 발생하지 않는 대안적 퇴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계분 이외 대안을 갖지 못하는 것은 막대한 농사비용에 허덕이는 농업인이 작물별 용도를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거름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분은 돈만내면 다소 싼 가격에 보조금을 받으며 무료로 논밭에 뿌려지기 때문인 것을!

획일화는 무엇이든 과가 발생한다. 계분만을 뿌린 토양이 어떤 유기질의 결핍으로 반란의 변화를 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땅이 필요로 하고 작물이 요구하는 거름의 사용은 가뜩이나 화학농업에 지친 토양이 살길이고 우리 농업이 살길이다.

-안병학 칼럼리스트 약력- 강원 평창출생,농식품 컨설런트,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며,대표저서로는 <안병학의 농식품이야기>,<사람사는 세상에>,<이야기가 있는 마당>,<덕거리 사람들> 등의 작품이 있다.

<저작권자 Copyright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