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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나노스, 수상한 시총 3위…요지경 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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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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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에서 '나노스'라는 낯선 기업이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올랐다. 나노스는 14일 하루 14% 가까이 오르며 8030원에 마감했다. 올해 주가상승률이 245%에 달한다. 연중 저점(1월 15일 장중)에 비하면 354% 급등했다. 불과 넉 달 만에 8900억원 수준이던 시총이 4조원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을 노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특정 시점에 빠져나가려는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통물량이 워낙 적은 탓에 소량 매매로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다.

나노스는 휴대폰 카메라 모듈 부품인 광학필터와 홀센서 등을 주로 생산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년 전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됐고,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광림과 쌍방울이 새 주인이 됐다. 지난해에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새 주인을 맞은 뒤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현재 대주주 3곳의 지분율이 97.54%에 달하고 소액주주 보유분은 2.46%에 그친다. 유통주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른바 '품귀주(株)'가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엔 유통량을 늘리기 위해 5대1 액면분할까지 했으나 결국 지난달 17일 한국거래소는 나노스를 '주식 분산기준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했다. 소액주주 주식 수가 유동주식의 20%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는 이때부터 오히려 급등하기 시작했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세 번이나 상한가를 치는 등 한 달 새 160% 넘게 뛰었다. 상한가를 기록한 날은 거래량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시장 일각에선 나노스 대주주인 광림이 남북경협주로 분류됐다는 점이 주가 급등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광림은 크레인과 특수장치차량 사업을 하는 업체다. 하지만 막상 코스닥시장에서 광림 주가는 올 들어 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누가 적자기업 나노스를 시총 3위로 끌어올렸을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나노스는 상위 20개 계좌의 매수 관여율이 32%에 육박했다. 특히 상위 3개 계좌가 전체 거래량의 10.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두 계좌는 외국인, 한 계좌는 국내 개인투자자였다. 나노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0.09%에 그친다. 적게는 3명, 많게는 수십 명이 거래를 주도하면서 사실상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코스닥 생리를 잘 아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 주도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직 대주주가 주식을 매매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광림과 쌍방울 보유주식 상당수는 보호예수 상태이기도 하다.

나노스 관계자는 "지난해 재상장 후 주가가 오른 적은 있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저희도 당황스럽다"며 "최근 대표이사가 바뀌고 신사업 구상을 발표했으나 그 외엔 주가가 오를 특별한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나노스는 지난 3월 말 주총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바이오 의약품 등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일제히 추가한 바 있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시세조종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겠지만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14일엔 키움증권 등 개인투자자 거래가 많은 창구에서 매수가 주로 이뤄졌다. 추격 매매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 급락 시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2016년 3월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도 유통주식 부족으로 인해 하루 2만여 주만 거래돼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유통물량이 발행주식의 0.6%에 불과했던 코데즈컴바인은 시총이 6조원대 후반까지 늘어 카카오를 제칠 정도였다. 하지만 주가는 금세 폭락했고 지금은 시총이 14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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