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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기고] 행복을 주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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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는 '배고픔의 시대'를 지나 '잘 먹고 잘살고'자 하는 염원을 '웰빙'에 부여하며 웰빙을 대한민국 새 천년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세계 경제 호황과 기대감 속에서 이 새로운 개념은 소비재로서 대중에게 급속히 퍼져나갔다. 본질이 추구되지 못하고 상업적 도구로 전락한 웰빙은 변화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이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두바이에서 개최된 '2018 세계 정부 서밋'의 주제어는 웰빙과 행복이었다. 각국의 연사는 자국의 '웰빙과 국민 행복 실현'에 대해 발표했다. 이 서밋이 행복을 주제어로 정한 이유는 행복이 통계학적으로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고 중요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정신적 웰빙은 사람의 행동을 정하는 결정적 요소로, 행복한 사람이 많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고 한다. 즉, 행복한 사람들이 소비를 더 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사고로 인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이 투자로 사회 자본이 많아져 결국 국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웰빙과 행복의 선순환인 셈이다.

인구가 2억5000만명인 인도네시아는 성장의 중심에 행복지수를 두고 그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행복지수의 세 요소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서 삶의 만족감, 걱정이 없고 우울하지 않은 감정,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나오는 삶의 의미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자국민의 지역별, 성별, 연령별 행복지수를 측정해 행복 증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돋보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2017년 발간된 '세계 행복보고서-2014~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838점(10점 기준)으로 조사 대상 국가 155개국 중 55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2018 세계 정부 서밋'에서는 웰빙과 행복이라는 관념적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논의했다. 일본 기업의 한 연구자는 행복 증진을 위한 AI 기술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AI 기술을 이용해 일정 기간 스마트폰으로 각 개인의 행동 패턴과 상황 정보를 습득한 후에 '현재의 행복지수'를 알려주는 연구다. 이 행복지수로 각 개인은 자신의 현재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산업 전사의 눈으로 AI를 대해 왔지만 이로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이세돌-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AI의 거센 물결에 밀려 도태당하지 않고 AI 산업을 일궈낼 것인지, 기존 산업에 AI를 적용해 어떻게 하면 수출을 늘려서 우리 산업을 지켜낼 수 있고 나아가 AI 기술 강국이 될 것인가만 고심해 왔다.

새로운 것은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전 국민의 이목을 끌 때도 그러했다. 미래 일자리를 예견할 때 '특정 직업의 종말'을 말하며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자연스럽게 AI 무기와 킬러로봇이 등장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영화의 장면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AI는 이미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곁에서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감성형 디지털 동반자'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AI는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의 웰빙과 행복을 위해 그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세계 각국도 AI 기술 개발을 통해 자국민의 웰빙과 행복 증진 그리고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치밀한 비전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치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연구 성과를 적용해 다변하는 사회 구조에 적합한 국민 행복지수 증진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김종환 KAIST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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