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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글로벌포커스] `데이터 수익화`의 성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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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에 알게 된 미국 자동차 렌탈회사의 고민 중 하나는 쓰고 있던 차들을 중고차로 다시 파는 문제였다. 1년에 중고차 약 15만~20만대를 팔면 매출이 2조원 이상 되니 중고차 판매 매출이 회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회사는 판매 전에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게 수리를 해왔다. 하지만 중고차처럼 연식, 주행거리, 외관 등 가격 변동요인이 많은 경우는 어떤 수리가 차에 가장 효율적인지 알아내기 어렵다. 한 예로, 차 문에 난 작은 흠집을 고쳤을 때와 고치지 않을 때의 가격 차이를 알기 힘들기에 현장에서 수리하는 사람의 경험치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풀려고 학생들과 회사가 팀을 이뤄 차량 약 100만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가격예측 모델과 외관수리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결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수리하면 차량당 10만원 정도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1000만원이 훨씬 넘는 중고차 값에 비해 10만원은 적은 액수인 것 같지만, 실제로 연간 15만대의 중고차를 판매하면 해마다 160억원 이상 이익이 추가되며, 그 액수는 수천 억원의 렌탈 매출에서 나오는 수익과 같다. 이 사례는 자동차 렌탈이라는 기존 사업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수익화(Monetization)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IT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항공, 유통, 소비재 등 기존 산업에서도 벌써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예전에 그런 방법을 많이 쓰지 않은 산업일수록 수익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크다. 데이터 애널리틱스(Data Analytics)의 수익 가능성을 깨달은 회사들은 데이터 분석능력(data-savvy)을 직원과 임원에게 가장 원하는 능력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실례로, 우버(Uber)는 데이터를 주고 분석 후 발표를 시키는 해커톤 스타일의 입사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애널리틱스에 대한 중국의 현재 기술, 그리고 이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투자와 지원이 미국에 버금간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데이터의 수익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IT·통신회사들은 과감한 투자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 노력이 뚜렷이 보이지만, 기존 많은 회사의 업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많은 회사가 데이터를 모으는 데는 투자를 하지만, 그 데이터를 수익화하는 것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그럼 어디에서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가.

첫째, 데이터를 이용한 경영 방법은 기존 경영 방식보다 통계적으로 우월한 경우가 많으므로 자주 반복되는 경영 문제에서 가장 효과를 낸다. 즉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영 상황에서 그 위력을 가장 잘 발휘한다. 예를 들어 공장 생산계획, 유통업체의 물류에 대한 결정이나 항공편 가격 결정 같은 반복되는 의사결정들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 둘째, 무조건 데이터를 먼저 모으고 거기서 무엇이 나올까 찾아내는 방법보다는 개선하고 싶은 상황과 의사결정 문제를 먼저 정의한 후 방법과 데이터를 찾고 분석해야 더 효과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를 분석해도 실제로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한 부서를 정하고 그 부서에 다 맡기는 경우는 대부분 실패한다. 데이터를 담당하는 부서는 현업의 디테일을 모르고, 현업 부서는 데이터를 통해 무엇이 가능한지,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고, 이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간부와 임원의 능력은 필수다.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인문학 붐처럼 신입사원뿐 아니라 임원들도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기술을 찾고 알아볼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 0·1의 이진법으로 이뤄진 데이터가 수익으로 만들어진다.

[안현수 미시간대학교 경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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