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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이력서 대신 기획서 봅니다"…롯데 脫스펙 전형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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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수빈 씨


"대학생 때부터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린 경험이 많았어요. 그런 경험을 서류·면접에서 솔직하고 진솔하게, 하지만 겸손하게 어필했던 점이 합격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롯데면세점 상품전략본부 I&C팀 신입사원 조수빈 씨)

지난해 롯데면세점 하계 인턴채용에 스펙태클 전형으로 지원, 올 1월 정규직으로 입사한 조수빈 씨(23·여)가 밝힌 롯데그룹 합격 비결이다. 조 씨는 스스로의 강점이 그간 쌓아온 경험·포트폴리오 등 '무형자산'에 있다고 보아 전략적으로 스펙태클을 노린 케이스다.

스펙태클 채용은 지원자의 성명 등 기본정보 외 '스펙'을 일절 묻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일반 입사전형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수 직무'를 넓게 채용하고 있다. 조 씨는 지난해 열린 스펙태클 채용에서 자신의 특이한 전공(건축학), 그간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지원분야를 보고 과감히 지원했다.

"인테리어 관련 직무는 일선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나 인턴으로 거의 채용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그런 직무를 인턴으로, 그것도 스펙태클로 뽑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조 씨는 서류전형에서 국내 식품회사 디자인 프로젝트 참여, 미국 현지기업 디자인 공모전 참여 등을 무기로 내세워 합격했다.

면접 과정에서는 그간 쌓아온 다양한 관심사, 이와 관련된 각종 경험을 솔직하게 어필했다. 조 씨는 "전공 관련 경험뿐 아니라 여러 차례의 여행, 관심사와 관련된 전시·박람회 방문 등 여러 경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스펙태클이 비록 좁은 문이긴 해도, 특수 전공이나 경험 보유자에게는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해도 스펙태클, 일반 인턴채용 전형의 '투트랙'으로 하계 인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선발 인원은 약 350명선으로 16일 원서접수가 마감된다. 전형별로 모집 회사·직무와 전형과정에 차이가 있어 취업준비생들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일반 인턴사원 채용은 식품·서비스·유통·건설제조·금융 등 5개 부문 22개사에서 진행한다.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L-TAB 인적성검사, 면접을 치러 인턴십 대상자를 뽑는다. 합격자는 총 8주간의 인턴 근무를 경험한 후 전환면접을 치르게 되며, 그 성적과 근무 평가가 합산돼 정규직 전환 여부에 반영된다. 최종 전환 비율은 60~70%선이다.

스펙태클 채용은 식품·관광·서비스·유통·유화 등 7개 부문 21개사에서 실시한다. 일반 전형과 달리 서류접수 시 이름·연락처 등 기본정보 이외 '스펙'을 일절 묻지 않는다. 대신 지원자는 개별 회사·직무가 요구하는 '지원주제'를 풀어 자유양식 기획서나 PPT로 제출해야 한다. 인턴 기간 8주, 전환면접, 최종 전환 비율 등은 일반 인턴 전형과 완전히 같다.

면접은 40분간 진행되는 '역량면접'이 기본이며, 여기에 스펙태클 한정으로 10~15분의 PT면접이 추가된다. 역량면접에서는 2명의 면접관이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기반을 둔 질문을 던진다. 자소서에 기재된 과거 경험, 특정상황에서의 문제해결 사례 등을 묻고 이를 토대로 지원자의 인성·직무역량을 평가한다.

스펙태클 한정으로 실시되는 PT면접은 지원자 본인이 제출한 기획서·제안서·PPT를 토대로 진행된다.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5~10분간 발표한 후, 면접관을 상대로 5분 가량 질의응답(Q&A)을 가진다. 면접을 통과한 이들은 같은 시기에 전형 구분 없이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8주간의 인턴 근무, 전환평가 등 향후 과정도 전형 구분 없이 동일하게 진행된다.

인턴십은 직접적 업무를 맡기기보다 업계·회사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에 가깝다. 가령 영업관리직에 입사했다면 사무실부터 각 매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코너를 순환하며,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를 배우는 식이다. 다만 자신이 배치받은 영업점의 프로모션을 기획해보는 등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단발성 과제가 수시로 부여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회사 소속 전 인턴에게 공통으로 부여되는 '개선과제'다. 기업의 전체 프로세스와 당면 현안에 토대를 둔 공통과제가 인턴사원 전원에게 주어진다. 과제를 받은 인턴들은 각자의 경험과 인턴과정에서 배운 바를 토대로 답을 준비, 인턴과정 끝자락에 시행되는 전환면접에서 발표해야 한다. 인턴 선발 시 생략됐던 임원면접, (기업·직무상 필요시) 영어면접 등도 전환면접에 포함될 수 있다.

면접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 합격에 가까이 다가가는 데 필요한 요소는 '솔직함'이라고 조 씨와 인사담당자들은 강조했다. 조 씨는 "면접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들을 여럿 목격했는데, 내가 그들보다 똑똑해서 뽑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 자신이 좋아하고 경험했던 바를 진솔하게 말하되,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던 점이 높이 평가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권오찬 롯데면세점 인사담당 매니저도 "서류 접수 시 받는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보다 오히려 면접과정을 위해 존재한다"며 "역량면접이 4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기에, 자기소개서 내용과 면접 답변이 솔직하지 않을 경우 말이 꼬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조 씨의 경우 서류·면접에서 솔직하게 어필 가능한 '자신만의 경험'을 늘리려 애쓴 점도 주효했다. 조 씨는 "기업에 대한 스터디, 합격수기 읽기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집중하면 나만의 강점 차별화가 어려울 듯했다"며 "뭐라도 직접 체험하는 게 면접에서 내 자신의 경험•역량을 더 솔직하게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권오찬 롯데면세점 인사담당 매니저도 직무에 대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정량적 스펙보다, 지원자 개개인이 가진 직무 관련 역량·경험을 중요시하려는 게 그룹 전체의 채용 흐름"이라며 "책상 앞 컴퓨터만 두드리기보다, 차라리 직접 지원회사 매장을 찾아 그 점포의 마케팅·영업환경 등을 눈여겨보며 개선점을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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