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운 초대전, 정부서울청사갤러리...신진작가의 힘을 본다

미술작품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적인 삶, 나아가 의식이나 가치관을 환기시키는 일이다.

전시장에 내걸린 그림은 결국 이 세상과 시대를 향한 작가의 생각, 하고픈 말을 하나의 이미지로 진하게 응축시킨 것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예민한 감각, 독특한 예술성, 날카로운 시선으로 삶과 세상을 그 작품에 녹여낸다. 그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은 작가와 교감하고 소통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일상적인 삶, 가치관을 새삼 되돌아보고 되새긴다. 때론 신선한 감동으로 오감을 자극 받아 삶을 더 풍요롭게 꾸려간다. 예술의 힘이자, 작가의 역량이다.

신진작가 김하운의 작품전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정부서울청사갤러리의 초대전이다.

‘봄꿈’이라는 주제의 작품전에는 젊은 작가의 예술적 역량이 담긴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낯설지 않은 소소한 일상적 풍경들이 화폭에 담겼음에도 눈길을 잡는 것은 작가만의 시선, 가치관이 작품에 녹아들어서다. ‘봄꿈’이라는 전시 주제처럼 화면 속 인물들은 대부분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봄날의 따뜻한 일상의 모습들을 꿈결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대부분 수묵채색의 작품들은 한국화라는 특성상 더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시점의 도상들,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화면 속 공간 분할, 한 올 한 올 세심하게 표현된 머리카락…. 특히 작품 ‘또 다른’의 하루살이 표현에선 작가의 붓질에 녹아 있는 내공이 드러난다.

작품 ‘박장대소’는 극히 세심한 표현들과 파격적인 구도로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는 작품 ‘사춘기’에서도 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제 그림은 생물과 무생물, 자연과 인간, 동물 등에 있는 ‘거리 지우기’부터 출발한다”며 “모든 것은 독립적인 고유성이 있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의 존재 이유, 또 사물간의 관계가 이해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서로간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인드라망적 가치관이 작가에게서 엿보이는 셈이다.

작가는 세종대, 서울대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공부한 젊은 작가다. 지난 2015년에는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 사회의 불완전한 자화상을 녹여낸 작품으로 ‘후소회 청년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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